이중연료 추진 등 선주의 친환경 니즈 충족
내년에도 탱커 발주 이어질 전망
빠른 납기·저선가 앞세운 中 맞서 영향력 확대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원유운반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중국 조선사가 그동안 독식해 왔던 탱커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선을 발주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다.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탱커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빠른 납기와 낮은 선가를 앞세운 중국에 맞서 친환경 기술력을 무기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라이베리아 지역 선사와 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은 쾌거로 평가된다. 총 계약금액은 약 4544억원 규모다. 4척은 모두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해 2026년 상반기 인도할 예정이다.
중국이 탱커 시장에서 유독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는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한국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조선사가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를 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제 탱커는 국내 조선사가 집중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척당 선가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최근 선박 발주 흐름을 보면 탱커는 주목해야 하는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CGT(표준선환산톤수)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23.5% 줄었지만 탱커의 발주량은 16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각각 59.6%, 47.3% 감소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증가세다.
LNG선과 컨테이너선이 수주잔고 확대 등의 영향으로 발주가 쪼그라든 반면 탱커는 최근 원유 물동량 증가와 그에 따른 탱커 운임 상승 등으로 발주가 확대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탱커 발주 확대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수주잔고 대비 선복량(적재가능중량)이 5.9%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6년까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55척, 중대형인 아프라막스급(8만~12만t) 탱커 166척에 대한 잠재 수요가 시장 발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국내 조선사의 탱커 수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를 앞세워 수주 물량을 확보해 왔으나 중국 조선소가 슬롯(도크)을 어느 정도 채우면서 납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대체 연료 추진 등 친환경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보다는 기술력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이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따낸 원유운반선도 메탄올 레디선(메탄올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는 선박)으로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형 탱커의 발주가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의 수에즈막스급(12만~20만t급) 탱커 슬롯이 꽤 소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향후 탱커 발주 시 국내로의 인콰이어리(구매의향)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