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음주 열릴 ‘선밸리 콘퍼런스’에 올해도 불참할 전망이다. 한때는 “1년 중 가장 신경쓰는 출장”이라며 꾸준히 참석했지만, 지난 2016년을 마지막으로 7년째 찾지 않고 있다. 회장 취임 후 UAE(아랍에미리트), 베트남,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쉴틈없는 글로벌 행보를 이어오고 있어 특별한 모멘텀 없이는 선밸리 콘퍼런스를 찾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내주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인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개최해온 행사다. 글로벌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도 불린다.
앞서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10월 회장에 취임해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를 보인 만큼, 올해는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챗GPT'로 AI 혁명을 주도한 오픈 AI의 샘 알트만 등 글로벌 거물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다음주 선밸리 콘퍼런스에 가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최근 7년 가량 불참하기도 했고, 현재로서는 딱히 참석할 만한 이유가 없는 탓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대한상공회의소 유튜브 캡처] |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선밸리 컨퍼런스를 찾은 건 지난 2016년이다. 상무로 있던 2002년부터 해당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다. 지난 2017년 이 회장은 구속수감 중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행사란 의미다.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구속수감되면서 참석이 불가했고, 지난 2018년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이후 2021년 다시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같은해 8월 가석방,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했지만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할 여유나 겨를이 사실상 없었다.
오랜 기간 글로벌 네트워킹에 힘을 쏟은 만큼, 공식 행사보다는 개인적인 네트워킹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인맥왕’으로 불릴 만큼 반도체, 통신, 바이오 분야에서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글로벌 인사들을 소개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후 총 7번의 공식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구체적으로는 ▷UAE 4일(2022년 12월 6~9일) ▷베트남·싱가포르 9일(12월 22~30일) ▷윤석열 대통령 UAE 순방·스위스 다보스 포럼 2일(2023년 1월 14~19일) ▷일본 순방 2일(3월 16~17일) ▷중국발전포럼 4일(3월 24~27일) ▷미국 순방 22일(4월 24~5월 12일) ▷프랑스·베트남 순방 7일(6월 18~24일) 등이다. 매 출장 마다 글로벌 기업 CEO 및 각국 정재계 인사를 만나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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