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이 한국 기업 대상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수 있도록 기존 통제 유예를 연장키로 했다. 당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지속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은 벌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미국 본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보조금 신청을 할 경우,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K-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막는 제약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대만 기업에 대한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당분간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견제 목적으로 미국 기업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에 대해선 오는 10월까지 1년간 규제 조치를 유예한 바 있다.
업계에선 당장 생산 중단 리스크는 해소됐다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칩 생산을 당장 막지 않아, 치명적인 수익성 피해는 벗어난 모습”이라며 “다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예 연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간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향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출 통제 리스크에 국내 기업들이 맞닥뜨릴지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 간 갑작스런 갈등 심화에 따른 ‘수출 통제 본격화’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계의 국내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문제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말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중국 수출통제 규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과 같은 다른 기업들은 중국내 생산시설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고, 수출 통제에서 1년간 면제를 얻어냈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 역시 같은 달 중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제품에 대한 중국의 구매 중지와 관련해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SK하이닉스_반도체 제조 라인[SK하이닉스 제공]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첨단 장비를 중국에 들여올 수 있어도, 미국 본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중국 내 첨단 칩 생산량 확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란 점도 문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중순 공개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규칙 공지에서 향후 10년간 기술 수준이 높은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의 경우 생산능력을 5%까지 늘릴 수 있는 투자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칩 생산량 확대에 제동을 걸어, 수익성 악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역시 엄격한 ‘가드레일’ 조항을 완화해야 한다는 비판을 내놓을 정도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유예 연장에도) 여전히 중국 내 반도체 사업 불확실성이 있다”며 “다만 미국이 메모리 칩과 관련해, 중국 시장의 규모와 한국과 중국간 기술 격차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칩 생산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도록 하진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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