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도 9개월 연속 전년比 ‘마이너스’
“中 리오프닝 효과 제한적”…감산 목소리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의 부진으로 수출 전선에 낀 먹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두 달 연속 반토막 수준으로 위축됐다.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다섯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역성장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마저 감지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44억 달러)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년 대비 감소폭을 살펴보면 지난해 8월 7.8%, 9월 5.6%, 10월 17.4%, 11월 29.9%, 12월 29.1%에 이어 올해 1월 44.5%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는 두 달 연속 40% 넘게 감소했다.
D램・낸드플래시 등 수출 비중의 약 6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재고가 누적된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D램 고정가는 작년 초 3.41달러에서 올해 1∼2월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 고정가는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보다 39.0% 감소했다.
산업부는 주요 업체의 투자 감축과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로 하반기 이후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3월 중국의 리오프닝이 반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중국이 내수 회복에 집중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 미국과 함께하는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동맹’의 불확실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 |
반도체뿐만 아니다. 석유화학(-18.3%), 철강(-9.8%), 디스플레이(-40.9%), 바이오·헬스(-32.9%), 선박(-10.7%) 등 대다수 주요 품목의 수출액도 동반 감소했다.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과 중국 내 자급률 상승으로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철강도 수출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여섯 달째 감소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친환경차·SUV(스포츠유틸리티차) 등 고부가가치 신차 출시에 힘입어 자동차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보다 47.1% 증가한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7월 처음 50억 달러대 월간 수출을 달성한 이후 네 번이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대중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1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2월 대중국 수출은 98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개월 연속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43.5%), 석유화학(-29.5%) 등 대다수 품목의 대중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대중 수입은 지난달 110억2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5.9% 증가했다.
아세안으로의 수출(-16.1%)도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수출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출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수요 위축과 재고 압박으로 감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라며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통한 총력 대응을 비롯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출 지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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