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파업으로 생산 차질 극대화 노려
복구 중인 포항제철소 대응력 약화 예상
후판·車 강판 등 부족에 수출 위축 우려도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현대제철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태풍 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철강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철강재 생산량을 현대제철이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산업계 전반에 ‘철강재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노조 4개 지회(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3월 15일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회사에 발송하고 6월 3일 1차 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9월 15일 15차 교섭까지 단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오는 22일 16차 교섭에도 회사 측이 참여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급한 400만원의 특별 격려금과 동일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며 당진공장 내 사장실을 140여 일간 점거하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4.18%의 찬성을 얻어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도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쟁의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언제든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노조는 불시에 불규칙적으로 진행하는 게릴라 파업을 예고했다. 게릴라 파업은 24시간 이상 이어지는 기존 파업과 달리 사전에 예고되지 않아 생산 스케줄을 변경하기도 어렵다. 이에따라 생산 차질이 극대화될 수 있다. 부분적 파업으로 임금을 보존하는 동시에 긴장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 사측을 압박하려는 노조의 계산이 엿보인다.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철강재 시장에 또 한 번의 충격파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의 제품 생산 재개 시점을 품목별로 10월에서 12월 말까지 제시했지만, 정상적인 수율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 포항제철소의 빈자리를 현대제철이 채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후판과 선재 등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대체 생산 능력이 부족한 품목의 경우 현대제철이 대신 공급해주길 기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파업은) 후판이나 자동차 강판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수요가 높은 선박이나 전기차 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포항제철소의 생산 능력이 완전하게 회복되는 시기가 불분명한 시점에서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