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00~300개 감소
GS칼텍스, 정유사 중 가장 크게 줄어
생존 위한 주유소 변신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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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전국 주유소 숫자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40여개의 주유소가 사라졌다. 유가는 고공행진했지만 여전히 빠듯한 마진구조에 폐업을 신고하는 주유소들이 늘었고, 친환경 전환 속 내연기관차 수요가 줄고 전기차가 증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은 저마다 주유소의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국내 주유 영업소수는 1만998개로 작년 말(1만1142개)보다 144곳 감소, 처음으로 1만개대로 떨어졌다. 2017년만 해도 1만2000개가 넘었던 주유소수는 매해 100~300개 수준의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1만곳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 정유 1위 사업자인 SK에너지는 2922개로 반년 새 52곳이 줄었다. 영업소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GS칼텍스(2246개→2187개)로 59곳이 사라졌다. 현대오일뱅크와 S-OIL은 각각 26개씩 감소를 보였다. 알뜰주유소 등 기타는 1394개에서 1413개로 되레 19곳 늘었다.
휘발유·경유 등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은 전체 매출 중 주유소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일정 정도의 주유소수 감소가 소매 수요 위축으로 직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기름은 넣어야 하기 때문에 좀 멀더라도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은 지속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현재로선 주유소 폐업 추세를 크게 우려하고는 있지 않은 상황이다. SK에너지의 경우 전체 석유제품의 33.3%(2021년 기준)만 대리점에 납품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주유소는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저탄소·친환경 정책 환경에 맞춰 수소 등 대체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의 자연 감소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차량구동방식의 시대전환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주유소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기·수소차가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려면 앞으로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업 영위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직영 서초제일주유소에 전시된 초소형전기차 ‘쎄보C’ |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은 모두 주유소 변신 전략을 꾀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주유소를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으로 생산한 전력을 전기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스테이션 개념을 주유소에 도입 중이다. 또 지난 18일에는 SK㈜와 공동으로 미국의 에너지솔루선(전력의 생산·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기업인 ‘아톰파워’를 인수했다. 아톰파워의 에너지솔루션 및 전기 충전 기술을 활용, 전기차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GS칼텍스는 주유소의 UAM(도심항공교통) 거점화를 추진 중이다. GS칼텍스는 도심을 비롯해 전국에 고루 분포한 주유소에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만들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20년부터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도 활용하는 테스트도 진행해 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주유소의 전통 공식 깨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19년 주유소를 대여형 창고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작년에는 공유주차 사업도 개시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인 쎄보모빌리티와 제휴, 국내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 내 전기차 판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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