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진에 북미·유럽 물동량 감소 ‘경고음’
미·중 갈등에 무역로 교란 ‘뉴노멀’…비용 증가
중국군 소속 군용 헬기가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남부 푸젠성 핑탄섬 상공을 비행하는 가운데 화물선이 항해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부터 7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을 대만을 포위한 형태로 실시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계가 급변하는 국제 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침체 우려에 해상 물동량 규모가 위축되고 운임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수익성 둔화 우려가 나오는 데다 미·중 갈등으로 동북아시아 항로까지 교란되고 있어서다.
8일 해운업계와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대비 148.13포인트 내린 3739.7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11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5월 20일 이후 4주간 상승세를 보였던 SCFI는 6월 10일 4233.31을 기점으로 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가파르게 치솟던 해상운임이 하반기 들어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씩 올린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2개월 연속 단행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펴면서 세계 경제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에 있는 만큼 긴축정책이 물가를 잡지 못하고 세계 경기의 발목만 잡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해운업계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해상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지난 3일 진행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선적한 컨테이너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 심리와 성장 기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유럽지역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는 소비 수요가 줄었다는 이유로 항구와 창고에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를 그대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역시 최근 발간한 시황 보고서에서 주요 수입국인 미국의 하반기 수입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북미 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2.5%, 유럽항로 물동량은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업계는 지난 상반기 미국 서안 항구 정체로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줄었을 때도 운임을 높게 유지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누렸지만, 운임과 물동량이 동시에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사들이 팬데믹 이후 호황을 맞으면서 선복량 늘리기에 나선 상황 가운데 물동량이 줄어들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해상 무역로 교란도 해운업계의 골칫거리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이 대만을 포위한 채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화물선과 유조선이 줄줄이 대만 동쪽으로 항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군사훈련은 지난 7일로 사실상 종료됐지만, 향후 더 많은 중국군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해협에서 위협적인 군사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한 해상 무역로 교란은 수시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해협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길이 500㎞, 폭 150~200㎞의 바닷길로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주요 항로가 몰려있다. 대만을 우회할 경우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것보다 한나절가량 항해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 운임 서비스 업체 프레이토스는 “지역분쟁 때문에 선박들이 대체 항로를 택하면 운항 일정이 복잡해지고 운송이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 추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