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 업계 1위…고객사 대거 확보 규모의 경제 달성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 갖춰 ‘고객 가치’ 높인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충북 오창공장에 총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에 나선다. 이곳에서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가 집중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4680을 양산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유연하게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풍부한 고객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오창공장에 총 7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오창 2공장에 5800억원을 들여 9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폼팩터(4680) 양산 설비를 구축한다. 오창 1공장에도 1500억원을 투자, 4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2170) 라인을 증설한다. 신·증설 생산라인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680(지름 46㎜·길이 80㎜)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2170) 대비 지름과 길이를 늘려 용량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 16%가 개선된 제품이다. 무엇보다 테슬라가 주력하고 있어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회사들은 4680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양산을 본격 선언한 만큼 테슬라로부터 수주를 따낸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고객 맞춤형 연구개발(R&D)과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0년간 5조3000억원에 달하는 R&D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3월 기준 보유한 특허만 2만3066건에 달한다. 이는 배터리 업계 1위 CATL이 보유한 4000건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 역시 지난해 3분기 1.8% 수준에서 올해 1분기 4.2%로 훌쩍 뛰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스타트업, 완성차 업체, 국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압도적인 생산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LG에너지솔루션의 강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 규모당 비용이 절감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당 생산량을 높이면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개선된 구조의 폼팩터 개발, 고성능·저비용을 위한 전리튬화(Pre-lithiation) 공정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이번 4680 배터리 양산을 시작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더욱 다양한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작년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말 수주 규모는1809GWh로, CATL 1551GWh, SK온 1600GWh, 삼성SDI 626GWh를 모두 앞섰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는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한국 오창, 중국 난징, 폴란드 프로츠와프, 미국, 인도네시아 등의 글로벌 거점을 통해 연산 52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 고객사의 수요에 적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국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CATL과 특정 고객사와만 관계를 맺고 있는 파나소닉과 달리 전방위적인 고객사 확보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1위 테슬라 및 북미 1위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유럽 1위 폭스바겐, 한국 1위 현대차·기아 등을 비롯해 르노, 볼보, 스텔란티스 등 대부분의 메이저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 채용에 대한 관심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파우치, 원통형 등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고객의 요구에 적시 대응하며 고객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