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 올랐는데…기존 선가 고수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8만 입방미터급 LNG 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인상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업종인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는 데다 저가로 유지되던 선박 가격도 오르고 있어서다. 그러나 일부 LNG운반선의 대금 지급 및 선가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의 흑자 전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러시아 금융 제재로 인한 대금 미지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8일 LNG운반선 1척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이 선박은 러시아 선주의 쇄빙 LNG운반선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10월 1조137억원 규모로 LNG운반선 3척 판매·공급을 체결했으나 1척에 대한 건조 대금이 기한 내에 지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계약금액은 6758억원으로 정정됐다. 남은 2척의 계약은 유지됐으나 중도금 납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만큼 추가 계약 해지 가능성도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 외에도 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도 러시아 선주로부터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규모가 80억달러대다. 삼성중공업이 50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이 25억달러 한국조선해양이 5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선박 인도 시점까지 러시아 제재가 장기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통상 선수금과 중도금을 받고 인도 시점에 남은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의사 표시를 했다”며 “선주 측도 회신에 따라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점까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LNG운반선 신조선가가 오르면서 기존에 확보한 수주 물량과 가격 차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약 24조원 규모에 LNG운반선 100여척을 건조하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국조선해양 3사는 지난 2020년 6월 카타르에너지와 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 예약 약정(DOA)을 맺었다.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사전에 도크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가계약으로, 이달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본계약을 앞두고 카타르에너지에서 당시 선가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2년 가까이 지나면서 LNG운반선 및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만4000㎥급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지난 4월말 기준 2억2400만달러다. 2015년 3월(2억7500만달러) 이후 최고치인 데다 DOA를 맺은 2020년 신조선가(1억8600만달러) 보다 4000만 달러 가까이 올랐다. 후판 가격도 2020년 t당 60만원 안팎에서 올 상반기 110~120만원대로 두배 가까이 인상됐다.
오랜 기간 정체됐던 LNG운반선 가격이 상승세를 탄 데다 LNG운반선 발주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기존에 확보한 수주 일감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조선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3사만큼 대규모 LNG선박을 건조할 슬롯 및 기술력을 갖춘 조선사가 제한적인 터라 협상을 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데다 인도 시점까지 시일이 많이 남은 만큼 변수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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