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 제공]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지난해 7월 9일, 쌍용차는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신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장기적인 생존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전용공장을 짓는 것이 골자였다. 새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자유무역지역으로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포승공단이 거론됐다.
그런데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쌍용차 인수를 위한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부동산 투기용 입찰’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자금 확보 방안이 불확실한 후보들이 약 85만㎡(약 25만7000평)의 칠괴동 평택공장 부지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같은 해 10월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평택공장 부지 용도를 일반공업지역에서 준주거지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인수 이후 평택공장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평택시는 동의 없이 관련 내용을 언급한 에디슨모터스에 유감을 표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투자계약 해제 이후 쌍방울과 이엔플러스 등이 인수 참여를 밝힌 현재까지 부동산 이슈는 진행형이다. 약 3000억원의 인수대금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더라도 채권단의 원금 회수율을 고려하면 최소 1조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는 약 9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준주거지 용도 변경에 따른 예상 수익이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쌍용차 자체 사업성보다 탁월한 입지 조건을 갖춘 평택공장 부지가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까지 들렸다.
실제 인근 아파트값은 상승세다. KB부동산 통계를 살펴보면 SRT 지제역과 인접한 평택시 세교동의 3.3㎡당 시세는 현재 약 1277만원이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신도시급으로 성장한 동삭동은 3052만원,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칠원동은 1511만원으로 집계됐다. 평택역을 앞에 둔 평택동(3.3㎡당 1095만원)은 물론, 서정리역과 가까운 서정동(980만원)보다 선호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안성시가 약 20만여㎡에 달하는 쌍용차 출하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2010년 신세계그룹에 매각된 해당 부지는 경기 남부권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안성’으로 재탄생했다. 4배 면적의 평택공장 부지가 상업적 기능을 보완하는 준주거지역으로 바뀔 경우 미래가치는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땅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면 담보대출 가능액도 오른다. 쌍용차 판매 증대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금력이 부족해 이른바 ‘고래를 삼킨 새우’로 비유되는 인수 후보에 대한 다른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분명한 건 부지 개발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인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평택공장 부지만 제대로 개발된다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후보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러나 쌍용차와 협력업체 등 16만명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달린 문제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수 후보가 추가투자를 통한 회생 의지를 최우선에 두지 않는다면 쌍용차는 과거에 겪었던 아픔을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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