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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속에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스토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인수·합병(M&A)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 SK실트론 CSS(컴파운드 반도체 솔루션) 사업장(구 듀폰 CSS사업부)이 한·미 경제협력 증진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한구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어번·베이시티에 위치한 SK실트론 CSS 사업장을 함께 방문한 것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의 ‘반도체 드라이브’가 SK그룹의 확실한 성장 방식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반도체를 SK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이끌어온 최 회장은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스토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반도체 분야가 4차 산업혁명 단계에서 무한 확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봤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2017년 낸드 전문기업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에 4조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이나 지난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 모두 같은 차원이다.
또 최 회장은 반도체 제조에만 갇히지 않고, 웨이퍼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밸류 체인 강화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소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가 16일 미국 미시간주 소재 SK 실트론CSS 공장의 웨이퍼 생산 현장에서 SK경영진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왼쪽부터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유정준 SK E&S 부회장, 지안웨이동 SK 실트론 CSS 사장 [SK 제공] |
지난 2019년 다우·듀폰이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를 만드는 CSS사업부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자 최 회장은 곧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K실트론이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최 회장과 앤드류 리버리스 전 다우·듀폰 회장과의 인연이 꼽힌다. 지난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만남을 지속하면서 관계를 이어갔고, 리버리스 회장이 다우케미칼 회장을 지냈던 2017년에는 SK가 다우케미칼의 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을 사들인 바 있다.
최 회장의 반도체 글로벌 스토리는 CSS사업부 인수에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는 SK하이닉스가 10억 달러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작년 말에는 SK텔레콤이 반도체 설계회사인 사피온을 미국에 설립했다. 한발 더 나아가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K-반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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