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태양광 진출 12년째
기술고도화로 원가부담 최소화
美 태양광법 통과 기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LG가 태양광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한화가 국내 유일의 태양광 패널 사업자로 남게 됐다. 그러나 ‘태양광의 쌀’이라고 불리는 폴리시리콘의 가격 급등세가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자체 노력으로 원가 부담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한화는 올해 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설비 성능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며, 이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발전원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한화의 태양광 시장 진출은 올해로 열두해 째를 맞았다. 특히 연내 미국의 태양광 산업 육성법안(SEMA) 통과가 기대되고 있어 이 법 시행시 보조금 지원에 따른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그룹에서 태양광을 진두지휘해 온 김동관(김승연 회장의 장남) 한화솔루션 사장의 ‘뚝심 경영’이 꽃을 피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27일 중국의 태양광 모듈업체 진코솔라(JinkoSolar)에 따르면 15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9.3달러로 한달새 다시 10% 상승, 2011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280%나 증가한 수치다. 폴리실리콘은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의 최소 단위의 기초소재다. 규소를 탄소화합물로 환원한 메탈실리콘이 주원료다. 메탈실리콘을 수소, 염산 등과 반응시킨 뒤 증류, 증착 과정을 거쳐 고체상태의 폴리실리콘이 나온다.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에 사용되며, 이보다 한단계 낮은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발전에 쓰인다.
OCI 제공 |
따라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크게 오르면 원가율이 높아져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작년에는 OCI,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업체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에 더 가격 변동성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지난 23일 태양광 셀·모듈(패널) 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N 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마진구조가 약화된 가운데 P 타입 등 중국의 범용 모듈 효율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품질 경쟁력을 위협받았고 결국 사업 하차로 이어졌다.
한화도 2010년 처음 태양광 사업에 나섰다. 당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중국의 ‘솔라펀 파워 홀딩스’를 인수, 한화솔라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듬해에는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독일의 큐셀사를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이후 2015년 한화솔라원·큐셀 합병으로 한화큐셀이 출범했고 현재는 김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으로 편입된 상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은 지난해 3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케미칼, 첨단소재, 갤러리아 등 한화솔루션 사업부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 볼륨을 자랑했지만 33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 3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판매량 증가와 단가 상승에도 원가와 물류비 상승의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지분을 인수한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업체 REC실리콘(미국 소재)을 통해 미국산 폴리실리콘 납품을 추진하는 한편 기술 고도화를 통한 설비 효율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올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2750억원의 자금을 웨이퍼 대형화와 차세대 태양전지 도입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태양광 발전에 있어 대면적 모듈 사용은 에너지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용이한 방법으로 꼽힌다.
태양전지의 경우 현재 세계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퍼크(PERC) 전지 대신 탑콘(TOPCon·전하선택형) 전지로 교체하는 시험 생산에 들어간다. 퍼크는 단결정·다결정으로 모두 제조가 가능하며 생산라인 업그레이드가 용이하지만 효율 개선도가 최대 23%게 그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탑콘은 기존 퍼크의 공정과 호환성이 좋으면서도 PERC 대비 13% 가량 높은 출력도 가능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세계 태양광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약 767GW(기가와트)로 2012년(110GW)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누적 설비용량은 같은 기간 16배(1GW→16GW) 성장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 전세계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8519GW)이 발전원 중 가장 많은 비중(40%)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성하는 셀과 모듈의 수요는 태양광 발전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성장세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태양광 발전 관련 연구개발, 제조, 건설 등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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