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중국 후이저우 법인 매각
양사 경영 효율화 및 ‘선택과 집중’
FCBGA에 삼성전기 1조원, LG이노텍 4000억원 각각 투자
삼성전기(왼쪽)와 LG이노텍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 모습. [삼성전기·LG이노텍 제공]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에 눈을 돌려 각각 사업확장·신규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한 판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 모두 일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중국 공장을 철수하면서 내린 ‘선택과 집중’이라 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FCBGA 시설 및 설비 투자에 오는 2024년까지 41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기 역시 베트남 생산법인에 내년까지 8억5000만달러(약 1조132억원)를 투자해 FCBGA 생산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이다. PC, 서버, 네트워크 등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인다.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FCBGA 시장 확대에 나서게 된 것은 시장 전반의 타이트한 수급 때문이다. 일본(이비덴, 신코)과 대만(유니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FCBGA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연간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2026년까지 수급에 여유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CBGA는 기판 중에서도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해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며 “시장의 요구는 많지만 기업이 적다는 것도 수급이 타이트한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FCBGA 반도체 기판. [삼성전기 제공] |
LG이노텍은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 사업담당,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했다. 대규모 투자는 반도체 기판 공장이 위치한 구미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FCBGA와 제조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다. 시장에 처음 진입해 초기 시장에서는 고객 확보 등이 부담이지만 기술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에 앞서 LG이노텍은 경쟁력이 저하된 사업은 철수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LED 사업을 접으면서 중국 후이저우 공장도 생산과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714억원에 매각도 이뤄졌다.
FCBGA 시장에 먼저 진출한 삼성전기 역시 수익성이 하락한 고밀도회로기판(HDI),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에서 손을 떼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쿤산 공장도 문을 닫고 잔여 자산 처분이 진행 중이다. 둥관 공장도 청산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투자를 통해 베트남 생산법인은 FCBGA 생산 거점으로, 수원·부산사업장은 기술 개발 및 하이엔드 제품 생산 기지로 전문화할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 증설 투자는 2023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고성능화와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등 고부가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IT 기기 성능이 고도화되고, PC, 네트워크 등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FCBGA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향후 몇 년 간 공급부족으로 시장성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