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제네시스, 딜러에 “고객 떠날 수 있다” 경고
물량 배정·광고 장려비 등 인센티브 불이익 검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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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공급 부족 사태를 틈타 미국 일부 딜러들이 신차 가격에 과도한 웃돈(Markup)을 얹자 현대자동차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딜러들이 단기 수익에 눈먼 나머지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23일(현지시간)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는 최근 브랜드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에게 레터를 보내 신차 판매 시 과도한 웃돈을 요구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 법인 수석 부사장과 클라우디아 마르케즈 제네시스 북미 최고 운영책임자(COO) 명의로 발송된 레터는 최근 현대차와 제네시스 차량을 판매하는 일부 딜러들이 신차 가격에 추가 금액을 공격적으로 추가하는 행태가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 일종의 경고다.
현대차·제네시스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가격을 확인한 뒤 매장을 방문해도 그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차를 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권장소비자가격(MSRP)보다 높은 가격에 신차를 판매하는 관행은 장기적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생산이 지연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과 정부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욕구가 상승하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은 심각한 공급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선 딜러가 각 완성차 업체에서 먼저 물량을 확보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권장소비자가격보다 할인을 해서 파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공급난이 이어지자 오히려 가격을 올려 추가 이윤을 얻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에드먼즈(Edmund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신차의 82%에 추가금액이 붙어 팔렸다. 추가금액이 붙은 신차 비율이 3%에 불과했던 지난해와 대비된다. 평균 추가금액은 728달러였다. 1년 전 평균 2152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과 비교하면 3000달러 가까이 오른 셈이다.
추가금은 특히 현대차그룹의 차량에 비교적 높게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에 각각 평균 1498달러와 1603달러의 추가금이 적용됐다고 분석했다. 기아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해 권장소비자가격과 실제 구매 금액의 차이가 평균 2289달러에 달했다.
현대차·제네시스는 “향후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게 되면 그동안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시달리던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며 “이는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을 좇다 장기적인 고객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각 딜러가 판매가격을 정하는 것은 재량이지만,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런 관행을 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지나친 웃돈을 요구하는 딜러들에게 향후 차량 배정이나 광고 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입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동일한 차종을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