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배터리 핵심 원자재 비중 상당해
조선업계 러시아 선박 프로젝트 차질 우려
지난달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23만t급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주소현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며 유가는 물론, 원자잿값까지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미 큰 타격을 받은 국내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 리스크까지 더해져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조선 등 국내 산업계는 원자잿값과 유가 상승 국면 속 생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4일부터는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북해산브렌트유(BTI) 모두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럽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브렌트유의 경우 전날인 14일 96.48달러까지 치솟았고, 한국 수입의 40% 이상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올해 들어 처음 90달러를 벗어나 92달러까지 올랐다.
정유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고유가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 정제마진도 줄어든다.
항공업계도 당장 항공유 비용 부담이 걱정이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되면 약 3000만 달러의 손익이 발생한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데,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도 오르고 있어 우려가 크다. 실제 14일 나프타 가격(일본 C&F)은 t당 835달러로 거래됐다. 1년 전만 해도 t당 500달러대였던 나프타 가격은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최근 800달러를 넘어섰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 역시 원자재 가격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광물 수입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서다. 특히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알루미늄 등은 러시아의 생산 비중이 상당하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집계에 따르면 세계 광물시장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니켈 49%, 팔라듐 42%, 다이아몬드 33%, 알루미늄 26%에 달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 중 하나인 탄산리튬의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최근 400% 가까이 치솟아 t당 5만 달러를 넘겼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의 경우 장기 공급 계약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어 당장 수급이나 비용 상승 문제는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배터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계는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석탄) 가격이 치솟으면서 불안한 모습이다. 선박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업계는 비용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후판 가격은 통상 제조 원가의 15~20%를 차지한다.
러시아 등으로부터 이미 수주한 선박 프로젝트 추진에도 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국내 조선사들의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발주의 주 고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부터 러시아 국영기업 노바텍으로부터 조 단위로 LNG운반선 등을 수주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에서 건조해 당장 큰 문제는 없으나 상황 악화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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