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손실 해소에도 장기 성장 가능성 우려
90% 넘는 컨테이너 의존…비 해운 사업 필요성↑
노조 협상 등 조직장악도 필수 과제
HMM 알헤시라스 [HMM 제공] |
김경배 신임 HMM 사장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이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해운 운임 급등으로 수익성이 극적으로 개선된 데다 김경배 신임 대표이사 선임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맞게 됐다. 다만 시황 변동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HMM 채권단은 지난 9일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배재훈 현 사장의 후임에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내정했다.
김경배 신임 사장은 지난 2009년부터 9년 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역임해 해운업계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된 HMM은 본격적으로 글로벌 유수 선사와 경쟁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있다.
HMM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3조7941억원, 영업이익 7조3775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 대비 115%, 652% 증가한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2년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1~2019년 동안 누적된 3조8401억원의 영업손실을 한번에 털어냈다. 지난 2015년 최대 2499%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73%까지 떨어지면서 재무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HMM의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자 산업은행은 관리 주체에서 빠지는 등 매각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다만 이같은 호실적이 장기적으로 유지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HMM의 실적 개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의 도입 등 자구적인 노력 외에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물동량이 급증하고 미주·유럽 노선의 항만 적체가 장기화돼 해상운임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데 기인하기 때문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는 지난 2020년 말 기준 2129포인트에서 지난해 말 5046포인트로 2배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운임 수준은 장기계약을 맺는 대형화주 외에 중소 수출업체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항만 적체가 해소되면 운임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HMM의 경영환경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매출 비중이 90%를 넘어가는 컨테이너 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김 신임 사장이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컨테이너선 시황 변동에 따라 언제든 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매각도 지지부진할 수 있다.
최근 항공과 철도 운송 등 비 해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해외 선사를 참고해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항공화물 법인을 설립하고 화물기 4대를 구입해 항공시장에 진출했다. 덴마크 머스크는 철도 수송 서비스를 확충했고 독일 하파크로이트도 흑해 연안에서 해상-내륙 일관 수송을 시작했다.
매각을 앞두고 노조와의 임금 협상 등에서 장악력을 보여주는 것도 김 신임 사장의 몫이다. HMM 노사는 3년의 기간을 두고 임금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예정이다. TF에서의 협상 결과는 향후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인 ‘합병 후 통합(PMI)’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김경배 신임 사장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위아 사장 재임 당시에도 평사원들에게 평이 좋았던 만큼 HMM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