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 임박한 듯
미국 반도체 기업 투자 최종 법안 통과 앞둬…파운드리 경쟁력강화 기대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지사 트위터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대한 착공이 임박한 모양새다. 최근 테일러시가 공장 부지 주변 도로와 부지 구획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를 공식화했다.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반도체 공장 지원 관련 최종 법안까지 확정되면, 삼성전자의 미국 본토 내 파운드리 공장 준공에도 더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총 200억달러(약 23조8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미국 본토 내 반도체 공장 2개를 설립하고, 파운드리 기업 발굴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등 광폭의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 인텔과 함께 글로벌 파운드리 부문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5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공사장 주변에 펜스 설치 작업을 시작한다. 또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401·404번 도로 일부분을 폐쇄하되, 401·404 번 카운티 도로와 973번 도로 내 주요 입구를 활용해 건설 관련 물자를 운송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윌리엄슨 카운티에서는 도로 폐쇄에 앞서 이미 ‘카운티 관리 종료’라고 적힌 표지판을 게시했고 삼성전자 역시 도로 폐쇄 표지판을 곧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부지 병합 조례가 승인된 이후 진행되는 착공 전 기초 작업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달 중순 테일러 시의회는 삼성 반도체 신공장의 부지를 병합하고, 시 경계에 이를 포함되도록 하는 조례를 승인했다. 해당 조례에는 윌리엄슨 카운티 일부 도로에 위치한 약 1268.23에이커(약 155만평) 규모 토지 필지 병합과 토지 병합시 구역 변경 사항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겔싱어(오른쪽) 인텔 CEO가 지난달 21일(미국 현지시간) 오하이오 뉴어크에서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실리콘 웨이퍼를 선물하고 있다.[AP 제공] |
테일러시 정부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고 이같은 내용을 통과시켰다며 해당 조례를 착공을 위한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달 초부터 시는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을 위해 최근 도시 내 수도·전기 및 소방 관련 인프라 확충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의회는 지난달부터 수도·전력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과 업체 선정 등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의 원활한 운영과 지원을 위해 현재의 소방 인력과 시설에 대한 단계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장 증설을 고려한 소방 관련 시설과 인력 확충도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해당 신규 공장은 올해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가동될 예정으로,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가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 공장에서만 785개의 간접 일자리와 1800개의 직접 고용 등 2585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미국 현지에선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착공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동맹 차원에서 중요성이 높은 투자 결정으로 보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불거진 반도체 공급 부족 위기 속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본토 내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왔다.
특히 지난 4일 미국 본토의 반도체 제조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지난해 6월 상원을 통과한 ‘미국혁신경쟁법안’과 병합 심사를 통해 최종 법안이 확정되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 사격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최종 법안이 통과되면 5년 간 미국 내 반도체 연구·디자인, 제조 관련 보조금 등으로 520억달러(약 62조원)가 투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신 등은 “이 법으로 인해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에 보조금이 나눠질 전망”이라며 “중국이나 대만에서 공장을 세울 때보다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인텔 등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텔은 지난 1월 21일 미국 오하이오 주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 2개를 건립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총 200억달러(약 23조8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엔 파운드리 스타트업 기업들의 혁신 기술 발굴 지원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인텔 캐피탈과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가 공동으로 출자한 이번 펀드는 지적재산권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툴, 혁신 반도체 아키텍처 및 고급 패키징 기술의 출시 속도를 단축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 대한 테일러시의 지원과 더불어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의 강화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테일러시가 공개한 삼성전자 부지 주변 물류 이동 도로 모습[미국 테일러시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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