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대로 연간 가정 전기요금 두달치 절감
“충전기·전력망 등 국제적인 기술 표준화 과제”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양방향 충전 기술 [현대모비스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충전된 전기차를 이용해 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갑자기 정전된 외딴 집에 전기를 공급하거나 전기를 팔아 돈을 버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V2G(Vehicle to Grid) 기능을 서비스로 개발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이 다양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함께 V2G 기술 실증을 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쏘카가 보유한 1만8000대의 차량이 점진적으로 전기차로 대체되는 것에 맞춰 이들 전기차의 여유 전력을 건물이나 다른 자동차에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협약은 V2G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수준을 넘어 실제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브랜드 ‘에코(ECOH)’를 선보이고, 배터리 리스뿐 아니라 V2G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을 계획이다.
V2G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전력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해 전력 계통에 연계하는 기술을 말한다. 양방향 전력 전송 기술을 활용하면 전기차에서 전기를 방전해 피크타임 시 전력 부하에 도움을 주거나 정전에 대응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KBV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V2G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 시장은 2019년 1270억 달러에서 연평균 14%씩 성장해 2025년 479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V2G를 대규모로 운용할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미국 카네기 멜른 대학 연구에 따르면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충전한 전력을 피크타임에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전기차 1대 당 연간 최대 72달러(약 8만 6400원)으로 가정 전기요금 2~3달 어치에 해당한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오는 사회적 이윤은 연간 최대 300달러(약 48만원)에 달한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를 보유한 소비자와 건물 소유주 등이 V2G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현대모비스는 V2G 기술에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양방향 충전기를 지난 2017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를 통해 처음 선보인 V2L 기능의 기반이 됐다.
아이오닉5에 적용된 V2L 기술은 향후 전력망에 연결하는 V2G와 차량 사물 통신(V2X)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탑재된 V2L기능이 이미 V2G를 준비하는 첫 단추였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 주차장에서 아이오닉5의 배터리 전력을 건물로 전송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전력은 V2G를 적용할 곳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이오닉5 및 EV6 관용차를 활용해 도 청사의 전력요금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개발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도 V2G를 실생활에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 업체 BYD는 V2G 기능이 탑재된 전기 스쿨버스를 출시했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14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이 버스는 차량이 학생을 운송하지 않을 때는 학교의 예비 전력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혼다는 스위스의 전기차 충전업체 V2X스위스와 손잡고 50대의 V2G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 e-혼다를 스위스 전역의 40개 역에 제공했다. 이를 통해 1대의 e-혼다는 최대 20㎾의 전력을 전력 그리드에 제공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V2G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차량, 충전기, 전력망 등 각 요소가 표준화된 기술 방식을 적용해 호환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국제적인 표준이 제정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