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요 증가폭 둔화에 고부가가치 제품 대응 전략
대미 관세 면제 받은 EU·日과 경쟁은 부담 요인으로
세아제강의 유정용강관 제품.[세아제강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지난해 제품가격 인상 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시현했다. 올해는 친환경 제품군을 중심으로 제품 다변화를 통해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폭 둔화와 대미 관세를 면제 받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의 경쟁이 관건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지주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9조2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4.4%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전년 대비 3251.3% 증가한 2조 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세아제강지주 역시 지난해 2973억원 전년 대비 343.1% 증가한 영업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자동차와 조선 등 전방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북미 지역에서 오일 가스 건설 및 인프라 구축이 증가하면서 에너지용 강관·배관 제품 판매가 늘었고, 현지 공급망이 병목현상을 겪으면서 강관 가격 강세가 지속됐다. 국내 건설 산업의 호조세를 보인 점도 실적 개선의 밑바탕이 됐다.
올해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수요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원료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 열연 가격이 지난해 1t당 837달러로 급등했지만, 올해 수요 증가세 둔화로 750~770달러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각 사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차와 태양광 용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를 추진 중이다. 전기차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NO(Hyper NO)’와 태양광용 구조철강재 ‘포스맥(PosMAC)’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 10만t인 하이퍼NO의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4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800만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지난해 발족한 태양광 소재 태스크포스(TF)을 통해 포스맥 브랜드 마케팅도 강화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1.5기가파스칼(GPa) 급 초고장력강판과 핫스탬핑강판 등 신규 강종 개발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강판 시장을 노린다. LNG 연료를 활용한 선박 수요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9% 니켈강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육상 저장탱크용 수요에도 대응한다. 액화 수소 저장용 극저온 소재와 배터리 분리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용 신소재 등 신에너지 전환 대응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세아제강지주는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영국 혼시(Hornsea)3 프로젝트와 같은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에 대비해 세아윈드 및 세아제강의 설비 투자를 적기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U와 일본 업체가 철강 주요 수요국인 미국으로부터 고율의 철강관세를 면제 받은 반면 국내 철강업체가 여전히 수출 쿼터제에 묶여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EU와 일본 철강업체는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일정 쿼터 내에서 면제를 받아 대미 수출에 탄력이 예상된다. 우리 철강업체는 2015~2017년 수출 물량의 70% 이상은 아예 수출할 수 없다. 지난해 우리 철강업체는 총 269만t의 철강제품을 미국에 수출해 수출 쿼터 대부분을 소진했다.
이에 대미 의존도가 높은 강관을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는 세아제강의 경우 현지 생산법인(SSUSA)의 생산가동률을 극대화해 대응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의 방향이 미국의 통상 정책에 달린 만큼 통상교섭본부 등 정부 부처에 수출 쿼터제 해소 등을 위한 교섭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