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점유율 32.6%…K배터리 3사보다 높아
K배터리 미국·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텃밭 공략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CATL 본사. [CATL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이 K배터리 3사를 압도했다. 최근들어 본격적인 증설 경쟁에 뛰어든 K배터리 3사는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는 2025년을 ‘터닝포인트’로 삼고 CATL 추격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은 96.7GWh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32.6%에 달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20.3%·2위), SK온(5.6%·5위) 삼성SDI(4.5%·6위) 등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0.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0년만 해도 3사의 합산점유율(34.7%)이 CATL(24.6%)보다 높았지만, 1년 새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 CATL은 자국 내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2020년 36.2GWh 그쳤던 배터리 사용량을 96.7GWh까지 끌어올리며, 167.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니오, 상하이자동차, 창안자동차 등 자국 기업에 물량을 납품하고, 미국 테슬라와 탄탄한 협력관계를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도 지난해, 2020년 대비 각각 75.5%, 107.5%, 56.0% 등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했지만, 중국 CATL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완성차 업체의 생산조절, 코로나19 재확산 등도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다만 국내 배터리3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증설 경쟁에 돌입한 만큼, 중국 CATL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 공장의 양산이 본격화하는 2025년을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BYD, CALB, EVE 등 CATL 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중국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중국 3대 전기 스타트업체인 샤오펑은 최근 주요 배터리 공급처를 CATL에서 CALB로 바꿨다. BMW도 최근 CATL에 이어 EVE를 배터리 새 공급사로 선정했다. 최근 1~2년새 CATL의 고객사가 급증하며 CATL의 배터리 생산·수급 능력이 불안정해진 것이 고객이탈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CATL의 생산기지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배터리 생산 공장은 완성차 공장 인근에 위치하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이에 K배터리 3사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공장이 대거 위치한 핵심 지역에 잇달아 투자를 단행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움셀즈’를 통해 미국에만 4개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1공장은 올해, 2공장은 내년 양산을 시작하고, 3공장은 2025년 양산이 목표다. 4공장은 아직 부지,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실화하면 미국 내 생산 규모는 200GWh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3대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와도 북미에 연간 4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후보지를 검토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는 인도네시아에 10GWh 규모로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신규공장 건설과 더불어 기존 중국, 유럽, 한국 공장은 증설에 나선다.
SK온과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는 지난해 9월 미국 테네시주(43GWh)와 켄터키주(43GWh 2기)에 총 129GWh 규모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1분기가 양산 예정 시점이다. 기존 헝가리와 중국 내 생산 능력도 확대한다.
삼성SDI도 지난해 10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셀 모듈 합작법인을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합작법인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기로 했다. 향후 40GWh까지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만 놓고 보면, 국내 3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며 “자국 기업 선호도가 높은 중국보다는 미국, 유럽 등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통해 빠르게 생산규모를 확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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