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연봉 인상시 고정 인건비 1조1400억 증액 지출
실적 악화로 주가 하락 우려, 주주들 반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를 방문해 ‘삼성전자공동교섭단 2021년 임금교섭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사측이 제시한 임금협상안을 거부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가운데 요구조건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화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4개 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4일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접수하고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협 최종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쳤으나 90.7%가 반대해 부결됐다. 노조는 전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전체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휴식권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사측은 노사협의회와 협상한 임금 기본 인상폭(기본인상률 4.5%+성과인상률 3.0%) 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요구한 성과급만 8000만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노조측 요구가 과도하다는 중론이 거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51조6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규모인 영업이익의 25%는 약 12조9000억원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간 증권사들이 추산한 삼성전자의 올 영업이익 평균은 58조3340억원으로 25%는 14조5835억원이다. 만약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인상이 될 경우 영업이익은 40조원대로 떨어진다.
직원 11만4373명(2021년 3분기 기준)의 연봉을 1000만원 인상할 경우 고정 인건비는 1조1437억원 늘어난다.
인건비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는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으로 이어진다. 추정방식에 따라 다르나, 목표주가도 낮출 수밖에 없다. ‘10만 전자’ 달성을 꿈꾸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급격한 실적 감소가 달가울 수 없다.
일부 주주들은 “기업의 이익은 주주들의 몫이다. 노조를 규탄한다”며 오히려 배당금 지급 상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노조는 경쟁사에 비해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적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면 10일 간의 조정기간을 갖는다. 중노위가 제안한 조정안에 한쪽이 거부해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노조는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는 쟁의권을 갖는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지 1년 9개월,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 6개월 만이다.
파업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직원 11만4000여 명 중 노조 구성원은 4500명 수준으로 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반도체 시설은 한번 생산을 멈출 경우 수율을 높이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생산에 차질은 빚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 무형적 가치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범한 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인권을 우선하는 준법경영을 강조한 만큼 이번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 관계자는 “(노조가)절차를 밟고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추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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