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삼성전자 자료. [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규모 대비 삼성전자의 매출 규모가 8년래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전통산업들이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부문 등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회사들이 세계 유수 기업들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제 2의 삼성전자’가 태동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279조원의 매출(잠정)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로 2020년보다 18%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명목) 규모는 한국은행 전망(4% 성장) 기준으로 2010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작년 GDP 대비 삼성전자 매출 비율은 13.9%로 2013년(1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연간 매출이 40조원 수준이었던 2002년만 해도 GDP 대비 비중은 5.1%였다. 이후 삼성전자 매출이 국가경제 성장 속도를 크게 앞지르면서 2008년(10.5%) 처음으로 10%선을 넘었고, 매출이 200조원을 훌쩍 넘긴 2013년에는 15%까지 돌파했다. 그러다 매출이 뒷걸음질친 2014년부터 이 비중은 감소로 돌아섰고 2016년에는 11.6%까지 떨어졌다.
2017년 이후 2019년까지 두해 연속 감소하던 이 비율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들어 3년 만에 반등했고 작년까지 두 해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 매출이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매출 300조원 기록시 GDP(3% 성장 기준)의 14.5%에 해당, 이 비율도 3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은 국가 예산규모(558조원)의 절반 수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이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 규모는 6445억달러(약 738조원)로 이 중 반도체(약 1280억달러·147조원)가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GDP 산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반도체가 흔들리면 국가경제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에 반도체 외 유망 수출품목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지금 우리나라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항해 제2, 제 3의 삼성이 나와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국내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인권법 등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저해하고 과도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규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고속으로 바뀌고 있는 기술 환경을 규제 완화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도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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