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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2020년 '이천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오는 27일 공식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처벌 대상과 재해 범위의 불명확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이 법의 칼끝이 안전관리책임자뿐 아니라 대표이사, 사업주에도 향할 수 있어 재계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이에 그동안 기업들의 골머리를 썩여온 통상임금 문제와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담조직 구성 및 법률 대응에 대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발등의 불이다. ▶관련기사 13면
중대재해는 크게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중대산업재해'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같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이 중 재계에서 촉각을 기울이는 부문은 기업·노동자와 연관성이 큰 중대산업재해다. 이 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중대재해 발생 시마다 최고경영자(CEO)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법에서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CEO 또는 안전담당이사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라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이사뿐 아니라 CEO와 대주주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해설서를 통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영자의 고의·과실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된 바 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관련 학술대회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고의 행위에 국한되는 것인지, 과실도 포함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입법자들은 고의범·과실범 갈피도 잡지 못하면서 법을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도 “이 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라는 고의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따른 고의가 없는 중대재해를 야기하면 처벌하는 독특한 입법”이라며 “이 법 적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대재해의 범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된 경우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될 경우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세 번째 정의에서 직업성 질병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첫 번째 정의에서 사망자의 경우 직업성 질병에 대한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 않아 중대재해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망의 경우 그 원인 등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기 위한 다른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면 사고에 의한 사망뿐만 아니라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단 “직업성 질병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에 해당돼야 하므로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 요인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밖의 업무로 인해 발생했음이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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