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SK그룹은 올해 그린, 바이오, 디지털, 첨단소재 등 4대 부문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자녀가 모두 이 분야에 전진 배치되는 등 일가 전체가 신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지난 17일 그룹의 배터리 부문 계열사 SK온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SK의 배터리 사업은 ‘그린’에 속한 그룹의 핵심 분야다.
지난 2013년 횡령 혐의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월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8년만의 경영일선 복귀처가 주목됐는데, 최종 행선지가 이차전지 사업으로 결정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 오너가(家) 중에선 처음으로 배터리 각축전을 직접 지휘하게 됐단 점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터리는 최 수석부회장이 사업 개척 단계서부터 깊이 관여한 분야다. 물리학(브라운대 학사)과 재료공학(스탠퍼드대 석사)을 전공한 그는 일찍이 이 분야의 유망함을 전망, 최 회장에게 공격적인 사업 진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옥중에서도 사업의 영속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보낼 정도로 애착이 깊다.
최 수석부회장은 이날 “SK온을 빠르게 키워 SK그룹의 탈탄소 전략 가속화,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서비스 시장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3남매는 모두 현재 SK 계열사에 근무 중이다. 1989년생인 장녀 최윤정씨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 2017년에는 바이오 부문 자회사인 SK바이오팜에 입사해 신약 승인과 해외 시장 진출 업무를 담당했다. 재작년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학위 취득 후 SK바이오팜 복귀가 예상된다.
1991년생인 차녀 최민정씨는 중국 북경대 졸업 후 해군 장교로 복무해 화제가 됐다. 2017년 전역 후 2018년 중국 투자회사에서 잠시 근무하다 2019년 SK의 반도체 부문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하이닉스는 그룹의 디지털 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자회사다. 그는 최근에는 미국 대표적인 중도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방문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셋째이자 장남인 최인근씨는 1995년생으로 미국 브라운대를 나와 삼촌인 최 부회장과 졸업 대학과 전공학과(물리학)가 같다.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인턴십 과정을 수료한 뒤 2020년 그룹에서 수소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K E&S에 입사했다. 수소는 배터리와 더불어 그린 부문의 양대 축이다.
이달 초 최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경영 승계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아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의 삶을 살 것이며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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