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바야흐로 재계에 부회장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2022년 정기인사에서 삼성, LG, SK, 롯데, 현대중공업 등 5개 그룹은 총 13명의 신임 부회장을 배출했다. 이는 각 그룹이 미래 먹거리 개척에 나서며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겸비한 중량급 전담 최고경영자가 절실해진 환경과 맞닿아 있단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한종희 CE(소비자가전)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세트부문(CE와 IT·모바일 통합)을 이끌게 했다. 한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 TV 사업의 15년 연속 세계 1위 달성 기록을 이끈 주역이다.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삼성SDI의 전영현 사장은 배터리 사업을 성장시킨 성과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 이사회 의장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및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을 담당하게 된다.
LG에선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지난달 그룹 지주사인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탁된 동시에 부회장 승진했다. LG COO는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로 구광모 회장과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미래 준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SK는 지난 2일 SK㈜와 SK이노베이션의 장동현 사장과 김준 총괄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SK그룹의 전문경영인 부회장 체제가 확고해졌단 평가가 나왔다. 장 부회장은 성장산업인 첨단소재와 그린, 바이오, 디지털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등 구체적 성과를 창출한 점을 인정받았다. 김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 등 신규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이끈 것이 승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그는 SK이노베이션 산하 8개 자회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잘 수행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지난달 세 명의 신임 부회장 인선을 발표했다.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이 유통 사업군 총괄 대표를 맡으면서 롯데쇼핑 대표를 겸하는 부회장직에 발탁됐다. 김 부회장은 한국 P&G 대표와 동남아시아 총괄사장도 역임했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좋은 실적을 낸 화학 사업군에서는 김교현 화학BU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대로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았고, 롯데지주의 이동우 대표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회장 승진했다.
지난 10월 일찌감치 인사를 단행한 현대중공업 그룹은 이번에 총 네 명의 신임 부회장을 선출했다.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사장과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사장,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손동연 사장 등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인사로 조선 사업 부문은 가삼현·한영석 부회장. 에너지사업 부문은 강달호 부회장, 건설기계 사업 부문은 손동연 부회장이 중심이 돼 사업을 이끌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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