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가 충전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선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급변하는 외부환경과 운송연료로서의 석유수요 감소 전망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본업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각사들은 대체에너지로의 사업전환을 위해 ‘기름때 벗기기’에 착수했으며 이를 반영한 탄소감축전환 이행평가 부문에서 글로벌 석유·정유사들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탄소감축이행평가(CTA·Carbon Transition Assessment)에 따르면 국내 3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의 위험레벨은 모두 5를 기록, 중위값(6)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TA는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발생될 수 있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 정책, 법제 등으로 인한 위험도를 정량화해 지표로 산출한 것이다.
3사는 레벨 4로 집계된 인도의 정유사들(힌두스탄페트롤륨, 인디안오일)보단 높지만 영국의 BP(레벨 6), 일본 에네오스(레벨 7), 프랑스 토탈(레벨 7), 미국 엑손모빌(레벨 8) 등 글로벌 메이저사들보단 낮은 수준이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석유화학 및 배터리 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사업다각화가 에너지 전환 위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정유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10월 배터리 부문 자회사(SK온)를 분사시킨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활용한 수소 연료전지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GS칼텍스는 수소 생산과 충전소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연생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현재 경기 평택에 짓고 있으며 2024년 완공 예정이다. 한국동서발전과 공동으로 투자한 15MW(메가와트) 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2023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에쓰오일은 수소·바이오 연료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올초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특허를 보유한 벤처기업 에프씨아이(FCI·Fuel Cell Innovations)에 투자한 데 이어 삼성물산과도 수소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연구에 박차를 가해왔고, 지난 8월엔 이 전지에 들어가는 고순도 수소의 정제 설비를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구축했다. 전지 내 분리막 생산 설비도 연내 완성하고 내년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양산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기차 보급 등으로 운송용 석유제품은 중장기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1% 수준이지만, 향후 10년간 매해 30%씩 성장해 2030년엔 1억45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030년 기준 전기차 비중은 7%로 증가하는데, 각국이 현 계획보다 더 강도 높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경우 12%까지 올라간단 분석이다. 석유 수요는 2026년을 정점으로 감소 전환되며 2030년엔 2019년 대비 약 10%가 줄어들게 된단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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