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신공정 검증 작업 소홀 판단
향후 수소 전략 차질 우려해 자원 집중 결단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확대 개편한 것은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이 지지부진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9월 공개한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현대차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모빌리티 전략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의 확대 개편을 단행한 이면에는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개발진이 겪는 어려움을 시스템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현대차그룹의 결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9일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인 박정국 사장을 필두로 한 수소연료전지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 연료전지사업부를 개발과 사업 조직으로 나눠 개발진이 개발에 보다 몰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는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과 개발체계 고도화, 성능 확보에 주력하고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는 사업전략·운영과 더불어 혁신적 생산 기술, 품질 확보 체계를 담당한다.
통상적으로 개발 프로젝트가 일단 시작되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담당 조직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의 사활이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의 적시 개발에 걸렸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수소연료전지가 기대 성능에 미치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개발 속도로는 2023년으로 예상됐던 개발 완료 일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신기술과 신공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개발 목표를 2년 앞두고도 기대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개발진이 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단계별 검증에 미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통해 2023년에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 2종을 공개한 바 있다. 100㎾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가 30% 줄어드는 한편 상용차용으로 개발중인 200㎾ 급 연료전지시스템은 출력과 내구성이 2~3배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을 지금보다 50% 이상 낮춰 2030년경 에는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주의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버스, 트램 등에도 활용된다.
그런데 시스템 개발이 지연될 경우 이같은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토요타와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수소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이 발빠르게 개발되는 것은 중요하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개발 목표 시한이 2년이나 남았지만 문제를 인정하고 조직개편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적지 않은 기회 비용이 발생했지만 담당자 문책 대신 조직 개편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해 개발진에 기회를 다시 준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조직개편이라는 강수를 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연구 개발 지연 이슈를 극복하고 글로벌 수소 이니셔티브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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