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본지출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이 같은 숫자들이 두려울 때도 있다.”(최태원 SK 회장)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 발언에는 강도 높은 긴장감이 베어 있다. 지금 이대로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현실 직시다. 동시에 회사에 던지는 경고기도 하다. 이는 연말 그룹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주요 그룹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위기감’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인사에 담겼다. 파격 인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그룹마다 색채는 달라도 파격을 통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4년 가까이 유지해 온 반도체·가전·스마트폰 3대 부문장을 전격 교체했다. 김기남·김현석·고동진 ‘트로이카’ 대표이사 유임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합치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반도체와 세트 부문으로 재편했다. 삼성전자에서 투톱 체제는 9년 만이다. 수장교체와 조직개편이 함께 이뤄진 것은 그만큼 이 부회장이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방증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이러다 삼성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메기론’으로 조직 긴장감을 높여 끊임없이 쇄신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SK그룹 인사에서도 강한 위기감이 읽힌다. 최태원 회장이 2016년 경영 화두로 ‘딥 체인지’를 던진 지 올해 5년이 된 가운데,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체제로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 5년동안 과감히 전통 사업에서 배터리·수소 등 신규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공격적 투자로 그룹 외형을 키워 온 SK가 인사를 통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다음 차례는 실질적인 결실이다. 이번 인사로 투자,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신에너지 사업 담당별로 전문경영인 부회장 체제를 강화한 까닭이다. 최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서 “많은 자금과 연구개발(R&D) 노력을 투자해왔고 여전히 자금을 잃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인사로 수익성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LG그룹 또한 인사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LG가 투자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이미 적자 사업인 스마트폰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사업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LG로서는 특단의 조치다. 구광모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권봉석 전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LG 최고운영책임자로 발탁된 것도 구 회장의 쇄신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구 회장 역시 현재 그룹이 처한 상황에 인사로서 위기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롯데는 최대 경쟁 기업인 신세계 출신을 롯데백화점 대표로 영입하고, 롯데쇼핑 설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P&G 출신)에서 수장을 발탁했다. 모두 부진한 사업 부문의 수장을 바꿔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파격 인사 결과다.
이밖에 GS그룹도 신사업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등 재계 전반으로 파격 인사가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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