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1척 매각 성공
유가 배럴당 60달러 넘어서 채산성 확보
오미크론 변수에도 추가 매각 가능성 기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삼성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조선업계에서 원유시추선(드릴십)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제작과 유지 비용이 값비싼 건 물론 자산가치가 하락하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드릴십이지만 매각을 통해 재고도 없애고 재무구조도 개선하는 꿀단지로 거듭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유럽지역 시추 선사에 2억4500만 달러에 드릴십 1척을 매각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 드릴십은 지난 2014년 그리소 오션리그사로부터 수주했던 선박이다. 2015년부터 오션리그사에서 세 차례에 걸쳐 계약종료를 연장한 끝에 2019년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중공업 재고로 남아있었다.
이번 드릴십 매각을 통해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드릴십은 5척에서 4척으로 줄었다. 이중 1척은 용선(선박 대여) 계약을 체결한 이탈리아 사이펨사에 지난달 인도했다. 매입 옵션을 포함해 계약한 만큼 삼성중공업은 향후 완전 매각도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드릴십 1척을 매각하며 4척의 드릴십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드릴십은 ‘코발트 익스플로어’로 터키 시추사 터키페트롤리엄에 매각됐다. 코팔트 익스플로어는 지난 2011년 미국 시추사 벤티지드릴링으로부터 수주했으나 인도하지 못했다.
드릴십은 한때 조선업계에서 ‘드림십’으로 불리기도 했다. 드릴십 한 척 가격이 6억달러를 웃돌며 LNG선 3~5척을 수주하는 가격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드릴십 발주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국내 조선 3사가 드릴십 시장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2014년 배럴당 40달러 미만으로 뚝 떨어지면서 드릴십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드릴십은 유정 또는 가스를 탐사하거나 시추하는 상선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채산성이 생긴다. 재고로 남은 드릴십은 유지·보수에만 1척당 100억원 가량 들 뿐 아니라 자산가치도 하락해 조선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렇듯 애물단지로 남아있던 드릴십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배럴당 10달러 미만까지 바닥을 찍었던 국제 유가가 지난 2월 배럴당 60달러 대를 넘어섰다.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60달러 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드릴십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1일 드릴십 매각 성공 후 “최근 유가 상승 추세에 힘입어 시추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나머지 남은 드릴십 3척도 조속히 매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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