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의 파고 속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활발한 물밑 작업을 토대로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확대 발전을 이끌어 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지난 14~15일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한ㆍ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한 뒤 14일 새벽 파리에 도착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각국 인사들을 만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도착 직후 13일부터 진행된 재무차관회의 상황을 보고받고 본격적인 양자 협의에 들어갔다.
먼저 유로존 위기 극복의 중심에 있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만났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해부터 개도국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금융안전망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왔었다.
박 장관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튼튼해지면 외환보유액을 쌓는 유인이 줄면서 오히려 선진국들이 희망하는 글로벌 경제의 리밸런싱(재균형)에도 도움이 돼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박 장관의 논리는 독일 측이 오히려 우리 입장을 이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결과까지 낳았다.
박 장관은 이어 내년 G20의장국인 멕시코의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재무장관과도 만났다. 박 장관은 우리 측이 주도한 개발 의제, 금융안전망이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만큼 내년에도 이 의제를 선정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또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 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장,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등과도 양자접촉을 갖고 글로벌 재정위기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장관의 이런 노력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진일보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G20 트로이카(전ㆍ현ㆍ차기 의장국)로서 책임감있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재자 역할도 눈에 띄었다. 박 장관은 선진국의 관심사인 환율 유연성 제고 약속과 함께 환율의 무질서한 움직임과 과도한 변동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공동성명에 균형되게 집어넣는 역할을 우리나라가 하도록 했다.
이번에 합의한 자본이동 관리원칙은 브라질, 중국 등이 제기했지만 우리측이 경제협력기구(OECD) 자본자유화 규약의 개정까지 촉구하면서 OECD 측으로부터 ‘한국의 리더십으로 규약 개정을 준비하게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