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더러운 전쟁’의 비극이었다. 24년간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가 친부모를 살해한 군인이었다는 영화같은 비극이 현실에 있었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당시 반체제 인사의 자녀 납치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는 이 비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이 저지른 고문, 납치, 살인 사건을 일컬어 ‘더러운 전쟁’ 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500여 명의 아기를 납치한 혐의를 받고있는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전 대통령 등 군부 핵심 세력이 바로 법정에 섰다. 이들 세력 반체제 인사 등 정치범의 아기를 빼앗아 군 장교 등에게 강제로 입양시켰다.

이제 막 35세가 된 빅토리아 몬테네그로 역시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몬테네그로는 태어난 지 13일 만에 납치돼 생후 4개월 때 에르난 테츨라프 중령에게 입양됐다.

몬테네그로의 어린시절은 아버지의 이념교육이 주를 이뤘다. 그는 어린 시절 저녁 식사 때 테츨라프 중령이 반체제 인사들을 죽이고 고문한 얘기를 들었으며 반체제 인사들이 아르헨티나에 해를 끼친다는 교육을 받았다. 때문에 몬테네그로는 어린 시절에 아르헨티나 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고 믿었다.

하지만 1997년 테츨라프 중령의 아기 유괴 혐의를 조사하던 법원으로부터 테츨라프 중령이 친아버지가 아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앞서 1992년 테츨라프 중령은 아기 유괴 혐의로 잠시 구금된 적이 있었다.

법원의 통보를 믿을 수 없어 친자 여부 확인에 필요한 자신의 DNA 제출을 거부하던 몬테네그로는 마음을 바꿔 자신의 유전자 표본을 법원에 보냈고 자신의 친부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몬테네그로의 친부모는 반체제 저항 운동을 하던 일다와 로케 몬테네그로였다.

테츨라프 중령은 2000년 몬테네그로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몬테네그로 친부모 납치와 살해 작전에 자신이 참여했다고 고백했고,결국 그는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갔다. 2003년 테츨라프 중령이 사망하기 전까지 매주 면회를 갔던 몬테네그로는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올해 봄부터 ‘몬테네그로’라는 친부모의 성을 사용하고 있다.

‘더러운 전쟁’ 동안 납치된 아이들을 찾는 작업은 큰 성과가 없었지만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의 지원과 발전된 기술, 축적된 유전자 자료 등으로 진전을 거두고 있다. 지난 8월 납치된 아이 중 105번째로 라우라 레이놀드 시베르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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