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5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지면서 지구촌은 애도 물결에 휩싸였다. 일개 글로벌 기업 CEO의 부고 소식과는 다른 전세계적 추모 열기다.
왜 우리는 그의 죽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슬픔을 느끼는 것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처럼 “인류의 위대한 예지자와 선각자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그는 비전은 보여주지 않고 관리만 하려 드는 판에 박힌 CEO들과는 달랐다. 영감을 불어 넣고 그것을 현실적인 성과물로 창조해내는 ‘최고 경영자’였다. 더 나아가 인간 삶의 방식을 바꾼 진정한 IT그루(스승, 거장)이었다.
하지만 잡스의 위대한 삶과 인류에 대한 기여도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부는 아니다. 성공한 자의 가려진 그늘과 그가 남긴 정신, 그리고 하루하루 쳇바퀴 돌아가듯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더 귀하다. 마지막 유언장 같았던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와 그의 남긴 어록을 통해 잡스가 보낸 희망의 메시지를 그의 이름 J.O.B.S로 풀어봤다.
▶J(Job, 천직)=잡스의 ‘애플’은 양부모님의 차고에서 탄생했다. 그의 나이 20세였다.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단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운좋게도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일찍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컴퓨터는 말 그대로 ‘천직’이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히스키트라는 아마추어 전자공학 키트는 전자제품에 대한 기초 원리를 깨닫게 했고 그 관심은 그의 56년 삶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잡스는 일반 엔지니어에서 멈추지 않았다. IT라는 차가운 기계에 인문학이라는 철학을 입혔고 여기에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아름다움(美)까지 불어넣었다. 그에게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찬사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잡스가 운좋게 하고 싶은 일을 빨리 발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불안한 청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지금 여러분은 미래를 알수 없다. 다만 현재와 과거의 사건들만 연관시켜 볼수 있을 뿐”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따라서 “여러분은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배짱 운명 인생 카르마 등 그 무엇이든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현재가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여러분의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모든 차이를 빚어낸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는 “때로는 인생이 배신하더라고 결코 믿음을 잃지 말라.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던 힘은 내 일을 사랑하는 것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O(Opportunity, 기회)=잡스는 성공과 실패로 점철된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생후 일주일만에 평범한 노동자 가정으로 입양된 잡슨는 출생의 비밀 알고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찾기에 골몰했다. 이같은 내면 탐구는 1974년 인도를 여행하게 만들었고 선불교와 동양사상 심취해 직관의 철학을 뿌리를 내리게 했다.
대학 자퇴 후에도 정규 교육 밖에서 들은 서체 강의를 아름다운 서체 시스템을 가진 최초의 컴퓨터인 매킨토시로 승화시켰다. 그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자퇴) 당시에는 두려웠지만 훗날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자기가 만든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에도 “실리콘 밸리에서 도망가고 싶을 만큼 참담한 심경이었다”면서도 “성공이란 중압감 대신 찾아온 초심자의 가벼움, 불확실성, 내 인생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B(Boldness, 담대)=애플 사의 로고 아래는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다”라는 자신의 신조처럼 다르게 생각할 것을 강조해왔다.
그는 2006년 비지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은 우리가 절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 정말 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생각하는 1000가지 일에 대해 ‘NO (아니오)’라고 말하는데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잡스는 2001년 내놓은 아이팟에 아날로그 식 버튼을 없애고 손가락 회전만으로 음악을 찾고 소리를 키우는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였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에서는 소비자 반발을 불보듯 했지만 매끄러운 디자인을 위해 배터리 교환 기능을 빼버렸고 버튼도 하나만을 고수했다. 또 한국의 이동통신사들과는 휴대폰 단말기에 반드시 삽입해 왔던 통신사 로고를 아이폰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S(Spirit, 정신)=잡스의 정신은 ‘혁신’과 ‘창조’로 요약된다. 그는 1996년 미국 잡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창조성이란 단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약간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한 창조적인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무엇인가를 봤을 뿐이기 때문이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을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완벽히 이해하려면 천천히 씹어 삼키기 위해 열정적인 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일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의 유려한 디자인 감각은 동양의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 전했다. 통신은 “잡스의 집중(Focus)와 ‘단순함(Simplicity)’의 주문은 불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그의 명상여행이 비범한 경력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잡스는 1988년 비지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더 어렵다. 생각을 명확히 하고 단순하게 만들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산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