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부실 혈세로 땜질
도 넘은 모럴해저드까지…
“더이상 좌시못해” 공분 확산
월가를 뒤덮은 미국인들의 분노가 한국인들에도 영향을 미칠까?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월가와 마찬가지로 분노를 불러일으킬 포도송이는 가득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금융기관들이 무책임한 경영으로 부실을 키우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아 급한 불을 끄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은 결국 미래에 온 국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기관에 투입한 자금은 168조6000억원에 이르지만 아직 60%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리먼 사태 당시에도 5조9805억원이나 들였고 이제 20%를 돌려받았을 뿐이다.
금융부실의 암덩어리가 된 저축은행들에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작년까지 17조원이나 들어갔고 올 상반기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매각에 또 6조3000억원이나 추가됐다. 하반기에 수조원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는 도를 넘어선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와 임원 등은 7조원을 불법 대출했고 제일저축은행 행장도 유흥주점 등에 1000억원을 빌려줬다.
탐욕스럽게 돈 버는데만 집착하는 금융회사들의 행태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거액 자산가나 거래 회전이 많은 ‘큰손’들은 ‘개미’와 달리 증권사들로부터 VIP 전용공간이나 사무실을 제공받는다. 하루 수십억원씩 거래를 하는 스캘퍼에는 전용선도 깔아준다. 최근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를 수사하면서 전용선 제공 등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12개 증권사 대표를 기소했지만 분노가 풀릴 정도는 아니다.
부도덕한 경영 행태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거나 비리에 결탁하는 감독기관에도 비난이 쏟아진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한층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 금융회사보다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 큰 문제가 된다. 감독기관이 본분을 다하지 않아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한국 금융산업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 감독기관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