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56세 일기로 사망
미혼모 아들·입양·대학 중퇴…애플서 해고 수모도
컴퓨터그래픽 영화사 픽사로 재기
아이폰·아이패드로 산업계 평정
“아무도 죽길 원하지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조차도 죽어서까지 가고 싶어하진 않죠. (하지만) 삶의 최고의 발명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IT업계의 ‘신화’가 졌다. 애플 창업주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죽음을 ‘삶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칭하며 자기 혁신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였다.
▶질곡의 일생=잡스(1955~2011)는 56세라는 길지 않은 생애 동안 굴곡의 인생을 살았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됐고, 대학을 중퇴했으며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일어나 ‘PC시대’와 ‘포스트 PC’시대를 모두 연 글로벌 IT업계의 위대한 구루(스승ㆍ거장)로 우뚝 섰다.
잡스는 1955년 2월 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폴과 클래라 잡스 부부에 입양됐다. 어린 시절 수재 소리를 들었지만 수줍음을 많이 탔고 고교 때는 히피문화에 심취했다. 대학을 중퇴하면서까지 심취했던 선(禪)불교는 잡스의 창조물 곳곳에 스며든 ‘직관의 힘’이 됐다.
잡스는 명문 리드대학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했다. 그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대학 교육이 부모님이 고생해서 모은 학비만큼의 가치가 없어 보였다”고 중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시절 잡스는 먹을 것을 위해 콜라병을 반납해 5센트를 모았으며 한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으려고 7마일(11.3㎞)을 걸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때 배운 서체 강의를 통해 훗날 매킨토시의 아름다운 서체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인생의 초점을 잃어버리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말 그대로 몇개월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선배 벤처세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죄책감에 실리콘밸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컴퓨터 개발사 넥스트와 컴퓨터그래픽(CG) 영화사 픽사를 설립해 또다시 일어섰다. 그는 애플에서 축출된 것을 인생에 있어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꾼 뒤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고의 사건”이라고 역설했다.
이후 성공 가도를 달렸던 잡스는 2004년 암선고를 받게 된다. 그는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뒤 2009년 간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치열하고 긴 투병생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잡스는 성공과 좌절이 교차하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스탠퍼드대 연설 말미에 밝혔듯이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면서(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치열한 삶을 살았다.
▶삶의 방식 바꾼 혁신가=1997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아이맥에 이어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글로벌 IT업계 신화로 떠올랐다.
개인 컴퓨터 대중화로 PC시대를 개막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포스트 PC시대를 연 잡스는 자신만의 단 하나뿐인 비전을 내세우면서 산업계를 재편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음악, TV, 영화, 소프트웨어, 핸드폰, 클라우드컴퓨팅(인터넷 기반 IT서비스 활용 환경) 등 IT업계는 물론 미디어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스, 아이무비,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잡스의 작품들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제품 톱 10위, 혹은 톱 50위 안에 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그는 여러모로 인류 역사에 큰 의미를 준 인물”이라며 “그의 퇴장은 애플 본사뿐 아니라 세계 IT 산업계에서 특별한 시대가 저무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