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나이에 살인 누명을 쓰고 17년간 복역했던 30대 남성이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5일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 KTLA는 오비 앤서니(36)가 가족들의 환호 속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트윈타워 교도소 정문을 빠져나오는 장면을 전했다.
앤서니는 지난 1994년 사우스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인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줄기차게 결백을 주장했고 지난 달 30일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인정해 17년 만에 자유를 되찾았다.
19세 때 감옥에 들어가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로 복귀한 앤서니는 “정의가 실현된다는 믿음을 버린 적이 없었다”며 “내가 무죄로 밝혀지고 풀려난 것을 볼 때 미국의 사법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앤서니의 석방에는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법과대학원 로리 레벤슨 교수의 도움이 있었다. 연방 검사 출신인 레벤슨 교수는 법과대학원 재학생들과 함께 ‘억울한 수형자 구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앤서니의 석방에 앞장섰다. 레벤슨 교수의 프로젝트팀은 앤서니가 총을 쏘는 장면을 봤다고 증언했던 목격자가 총을 쏜 용의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실을 밝혀내 판결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감방문을 나서자마자 앤서니는 대기하고 있던 레벤슨 교수,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학생들을 얼싸안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레벤슨 교수와 학생들이 내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고 말했고 레벤슨 교수는 “멋진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수감 중이던 2009년 고교 동창과 결혼해 가장이 된 앤서니는 학교에 돌아가 공부를 더 해서 수사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처럼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하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앤서니는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사법 체계에 분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분노는 내가 쓰고 싶은 단어가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앤서니의 누나 욜란다 테일러는 “경찰과 검찰은 정의보다는 재판에서 이기는데 더 관심이 많다”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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