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溫州) 상인을 구하기 위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현지로 긴급 출동했다.
민간 중소기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저장(浙江)성 원저우에서 최근 90여 명의 기업주가 사채빚을 상환하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사태가 속출하자 원 총리는 4일 원저우행을 감행했다.
그의 이번 원저우 시찰에는 셰쉬런(謝旭人) 재정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장, 류밍캉(劉明康) 은행감독위원회 주석 등 중국의 재정금융 분야 최고 수장들이 대거 동행, 원저우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했다.
홍콩 싱다오르바오에 따르면 원 총리는 기업인들과 좌담회를 열고, 현지 정부에는 경제와 금융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긴급 처방을 한달 내에 만들것을 지시했다. 부채상환 기한 연기, 기업인 도주 방지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추측된다.
좌담회에 참석했던 원저우 중소기업촉진회 저우더원(周德文) 회장은 “금융시스템 개혁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채널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채권 발행 허가, 감세, 민간 금융기관 건설 등의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원 총리가 어떤식의 응답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원 총리의 이번 행보에 대해 중소기업 붕괴 경고가 일찍부터 나왔음에도 대응이 늦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의 이셴룽(易憲容) 연구원은 “짧은 시간에 문제를 파악하기 힘들어 뒷북 대응이 될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해 고리대금이 아닌 저축으로 자금이 몰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저우의 중소기업 줄도산 사태는 중국 정부의 금융긴축 정책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고리 사채에 의존하면서 시작했다. 글로벌경기 부진과 원자재값ㆍ임금 상승으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 업주들이 연 180%까지 치솟은 사채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다.
지난 4월 이후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해 도주한 기업주는 90여 명에 이르렀으며 지난달 25일에는 하루에만 9명의 사장이 야반도주했다. 대부분 신발, 안경, 의류 등 원저우의 대표적인 산업의 경영자들이다. 이들의 채무 총액은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중국식 금융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