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위기 처방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에는 가혹했던 구제금융 처방이 유럽의 재정위기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IMF는 1990년대 국가부도 위기에 놓인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엄격한 처방을 내리면서 해당국 민간 은행들이 대규모 국영화, 통폐합되는 운명을 맞았다.
반면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국채에 투자한 유럽의 금융업체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환받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하고 있어 차별대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도의 카우시크 바수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IMF의 대응방식은 신흥경제국이 곤경에 처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일부 아시아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은 IMF 이사진에 유럽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것이 유럽에 대한 이중잣대를 가능케 하는 원인이라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인 프랑스의 재무장관 출신이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몇몇 금융업체들을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일찌감치 그리스 채권 투자자들에 대해 가혹한 처방을 내렸다면 유럽 금융위기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민간부문에서 손실을 흡수하면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금융시스템도 안정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중잣대 논란과 관련 IMF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를 들며 반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 국가의 위기가 전세계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섣부른 대응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IMF의 주요 의제들을 논의하는 장관급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의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의장은 “지역별 위기의 상호 관련성이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