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는 장 벨리류는 11년간 지구를 걸었다. 세계일주였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멕시코, 중국, 한국, 필리핀, 알제리 등 무려 64개국을 오로지 걷는 것만으로 돌아본 것이다.
벨리류가 처음 걷기를 결심한 날은 그의 45번째 생일이던 지난 2000년 8월 18일이었다. 사업 실패로 우울감과 좌절감에 빠져 무기력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그는 발 붙인 현실을 살아갈 방법을 찾기로 했다. 무슨 일에 도전하고 어떤 일을 시도해야 자괴감과 자책에 빠진 날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의 선택은 더 멀리 더 넒은 세상을 보기로 하는 것이었다. 오로지 걸어서 말이다.
그 결심은 바로 실행됐다.
캐나다를 출발해 발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시작이 됐던 벨리류, 겨우 4000 캐나다달러(약 456만원)를 가지고 출발했던 그는 해마다 그만큼의 소비만을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멕시코에 도착했을 때에는 9일간의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수단에서는 수단의 삶을 살아보기도 했다. 터번을 두르고 턱수염을 기르며 그곳에서의 삶에 충실했다. 아시아에 도착해 중국과 한국에 내디뎠을 때는 이들 나라의 식문화를 경험했다. 중국에서는 뱀을, 한국에서는 개고기를 먹어보며 다양한 체험을 쌓고 맛을 느껴본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벨리류가 무리없이 생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선한 사람들의 도움이 컸지만 캐나다에 있는 여자친구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벨리루의 여자친구인 루시 아캄볼트는 벨리류의 세계일주가 좀더 수월하도록 여비를 보내주기도 했고 그의 여행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다양한 소식을 공유했다. 한없이 걷기만 하는 것에 지쳐있는 벨리류를 응원하고 독려하는 것도 아캄볼트의 몫이었다. 아캄볼트는 벨리류에게 유네스코가 내세우는 어린이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평화와 비폭력을 촉구하며 돌아다니도록 격려하기도 했던 것.
그렇게 11년을 걸었던 벨리류는 여행의 순간 순간 무수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떠나기 전에는 ‘털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 돌아온 후 생활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지 못하는 내면의 벽이 너무 높게 느껴졌지만 11년간의 행군을 마친 그는 “가진 재산은 없어도 더 많은 경험”으로 충만한 삶의 한 장을 채우게 됐다. 덕분에 그는 이러한 경험들을 모아 책을 펴내고 강연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벨리류는 현재 몬트리올에서 서쪽으로 290km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는 상황, 이에 온타리오 호수와 수도 오타와를 거쳐 내달 16일 고향인 몬트리올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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