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이 급습한 대치동의 한 독서실엔 십대 40여명이 공기가 탁한 작은 방에 모여 있었다…마치 아이들의 뇌를 착취하는 악덕업소처럼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랑해 마지 않는 한국 교육에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한 방을 날렸다. 최근 타임의 칼럼니스트인 아만다 리플리 뉴아메리카 재단 연구원이 서울의 학원 심야 교습시간 단속반 체험기를 게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매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한국 교육이 입시위주의 과도한 경쟁으로 안으로는 곯아들어 가고 있는 현장을 고발한 것이다.
타임 기자는 어느 평일 밤 서울 강남구청 단속반 6명과 함께 승합차에 타고 직접 거리로 나섰다. 밤 11시경 대치동 뒷골목의 허름한 건물 2층 앞에서 문을 두드리자 “잠깐만요”라는 대답이 들렸고, 단속반은 서로 눈짓을 교환한 뒤 1층 엘리베이터 및 입구를 봉쇄했다. 독서실로 위장한 불법 교습소였다. 숨도 쉬기 답답할 정도로 좁은 곳에서 학생 40명이 책을 붙들고 있는 보습이 타임 기자 눈에는 “보기 거북한” 기묘한 장면이었다.
타임은 한국 학생의 74%가 방과 후 사설학원에 다니며 이 비용만 학생 당 연간 2600달러가 들어간다면서, 오죽하면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이 그 나라 사교육 현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만큼 심하지는 않다”고 자위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타임은 또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재수학원에 대해서도 “지원자의 14%만 입학이 허락되며 하루 14시간씩 1년을 꼬박 공부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타임은 한국의 학원을 ‘학원’(hagwons)이라는 고유명사로 표기하며 7세기 중국 부유층에서 시험대비를 위해 두었던 가정교사 제도가 현대 한국에서 재림했다고 표현했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교육열이란 말이다. 반면 “학교 수업받는 아이들의 3분의 1정도는 잠을 자고 있었다”면서 “책상에 엎드려 자기 쉽도록 고안된 베개가 있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공교육은 완전히 무너지고 사교육이 판치는 한국의 현재를 제대로 꼬집은 것이다.
기자는 한국과 핀란드를 비교하면서 “학업성취도 부문에서 한국을 대적할 유일한 유럽국가인 핀란드는 방과 후 보충수업을 듣는 학생비율이 13%에 불과하다”면서 “한국의 문제는 아이들이 열심히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입시제도 개혁과 사교육 억제를 위해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부의 목적이 오로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함”이라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이를 자각하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위기 위한 정책에 골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책적 뒷받침이 미비한 수준이라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국내 유명 온라인강의 업체의 한 인기 강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온라인 강의 및 개인교습으로 약 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면서 “학원에 대한 단속이 심해질수록 학원들도 더 꿋꿋이 버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타임은 “한국에서는 어느 대학을 다녔는가가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한 학원강사 출신의 말을 전하면서 “최근 한국 내에서도 경직된 교육제도가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주지 못해 경제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우려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타임은 “만일 교육열이 최고인 한국이 교육 개혁을 제대로 한다면 이것이 곧 다른 사회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