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증시가 말그대로 ‘상전벽해’를 맞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공룡 경제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증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투자자들이 1980년 후반 이후 주식시장을 지배해온 ‘장기 주식투자’에 대한 낙관론을 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신에 “부동산 버블과 금융위기가 남긴 혼란이 앞으로 수년간 늪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 분석기관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3개월간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92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증시가 바닥을 친후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전체 자금보다 많은 액수다.
이같은 ‘자금 엑소더스’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됐다. 9월 셋째주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250억달러가 추가로 증발했다. 신문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주간 글로벌 증시는 요동쳤다. 특히 지난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리번 쇼크 직후인 2008년 10월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23일에는 지난 4월 최고가 대비 16%의 낙폭을 보이면서 시장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하루 등락폭 역시 38 거래일 중 24일이나 1%를 넘어섰다.
필립 풀 HSBC자산운용 글로벌 헤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시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위기후 세계는 다르겠지만 이를 확실히 인식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세계적인 경제학술서 ‘이번엔 다르다’의 저자 카르멘 레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의 주장처럼 “위기가 수년간에 걸쳐 반복된다는 생각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접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미국의 채무한도 상한 협상과 맞물린다. 경제조사회사인 스트레이트가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창업자인 제이슨 트레너트는 “지난 8월 2일을 마감 시한으로 두고 벌어진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경제 전망을 바꾸게 된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2013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60%를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기보다 팔라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은 투자자들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런던에서 9억달러 규모의 블랙록 인터내셔널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제임스 브리스토는 유럽 채무국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자 보유했던 유럽 금융주를 팔아치웠다.
그는 이어 “유럽의 부채 위기가 다가 아니다”라면서 “재정위기로 인해 각국 정부가 긴축에 들어가면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 몇 년간 엄청난 불확실성 속에 장기 저성장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