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교나 병사들은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 민간용 스마트 모바일 기기를 전장(戰場)에서 전투용으로 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미국 해병대 공격용 헬리콥터와 전투기 조종사 가운데 30여명이 아이패드를 전투용으로 가지고 다닌다고 26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침반, 카메라, 좌표가 그려진 지도 기능 등이 모두 들어 있어 전투 현장에서 지도를 보고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고 포병 부대에 적이 있는 곳의 정확한 좌표를 불러주는가 하면 아군의 진격 방향도 일러줄 수 있다. 수색 정찰과 공중 공격, 지원 포 사격, 병력 전개 등 아이패드나 아이폰은 이제전장에서 헬멧이나 소총처럼 필수 장비가 되어가는 중이다.
미국 육군과 협력해 군사용 앱을 개발하고 있는 오버워치의 프로그램 개발 책임자 에반 코윈은 “예전엔 병사가 전장에 나갈 땐 지도, 나침반, 무전기, 그리고 위성위치확인(GPS) 장비를 챙겨야 했지만 이제 아이패드같은 스마트 모바일기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도 아이패드, 아이폰 등 민간용 모바일기기를 군사용으로 사용하도록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95개를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국방부가 군사용 전용 스마트 모바일기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지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 민간용 기기를 쓰면 돈과 시간이 비교도 안될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민간용 스마트 모바일기기가 널리 쓰이면서 군사 보안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높아졌다고 LAT는 지적했다. 인터넷 보안 업체 맥아피는 “휴대전화 보안 시스템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면서 “스마트 모바일기기라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인디애나대학 사이버보안 연구소 크리스 쇼히언 교수는 병사가 전투용으로 쓰는 스마트 모바일기기가 해킹당하거나 프로그램 파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군사용 프로그램이 모바일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걱정스럽다”면서 “수많은 민간인이 군용 앱을 해킹하려들 것이고 재앙의 영수증을 받아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간용 스마트 모바일기기가 군용으로 쓰이면서 관련 업계에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전망이라고 LAT는 덧붙였다. 미국 육군이 모든 장병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려면 120만대를 구매해야 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폭탄이나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군납 업체들도 군사용 앱 개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벙커버스터 폭탄과 토마호크 미사일을 개발해 납품하는 레이션은 최근 군용앱 개발에 착수했다. 민간용 앱은 하나에 1∼2달러에 불과하지만 군용 앱은 한번 내려 받는데 500달러가 넘어 수익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사회를 바꿔놓은 스마트 모바일 기기가 이제는 군대에서도 모바일 혁명을 불러오고 전통적인 군수 산업의 영역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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