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미국이 대형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블딥(이중침체)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재정정책이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때보다 위기의 폭이 넓고 강도도 더욱 높을 것이란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경제는 위험국면 진입=세계 경제수장들은 위험국면이란 말을 공식화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2일 연차총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채부담이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각국 협력을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점증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들은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정부는 부채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부 국가는 늘어나는 적자를 줄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차총회에서 해결책을 도출해, 각국이 직면한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IMF는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23일부터 연차총회를 열어 전 세계 경제회복 및 유럽 재정위기 극복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졸릭 총재는 “여전히 세계 주요 나라가 더블딥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날이 갈수록 그 믿음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경제는 지금 위험지대에 있다”면서 “선진국들의 경제위기가 개발도상국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진국들이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유엔 총회기간 만난 유럽 정상들에게 더욱 단호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등 6개국 정상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22일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한국, 호주,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멕시코의 지도자들은 주요 20개국(G20)에 공동서한을 보내 이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공동서한은 “유로존 정부가 재정위기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며, 모든 유럽국가가 부채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유럽발 위기가 세계경제로 전염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주문했다.
또 “유로존이 7월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능 확대에 관한 협약을 비준해 과도한 채무를 처리하도록 개혁하고 경쟁력을 증대하며 요동치는 금융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G20 재무장관들은 이번주 IMF 회의 참석하는 기회를 이용해 회동한다. 이들은 G20 정상회의가 11월 프랑스 칸에서 개막하기 전 10월 중순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IMF 연차총회나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위기는 갈수록 고조=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해법을 찾는다고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도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것처럼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해법이 꼬이고 있는 가운데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진원지 그리스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긴급자금 수혈을 통해 디폴트를 유예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존 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로 전염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로존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프랑스 은행의 부실은 뱅크런 설이 나도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된 가운데 프랑스 은행의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패닉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