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담·인플레 압박
장기금리 낮춰 경기활성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발표
“시장상황 고려한 최선책”
“효과는 제한적” 비관론도
다우는 실망감에 급락
히든 카드는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21일 경기부양책으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내놓았다. ‘예상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시장에서 기대했던 ‘히든카드’가 없었다. 미국 주식시장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했지만 연준의 부양카드가 시장상황에 못 미치자 급락세로 돌아서 다우존스 지수는 3%나 떨어졌다.
▶장기금리 하락으로 경기부양 유도=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FOMC는 이날 정례회의를 마친 후 성명을 내고 “내년 6월까지 만기 6~30년의 국채 4000억달러어치를 매입하고 대신 3년 미만의 국채를 매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를 매입하고 단기 국채를 매도해 장기 금리를 낮추는 정책이다.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정부 때인 1960년대 초 시행한 뒤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가계는 주택 매입에 나서 내수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불러온다. FOMC도 이날 성명에서 “장기 금리 압박을 낮추고 전반적인 금융상황의 여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평가는 엇갈려=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연준이 최선책을 내놨다는 의견과, 예상된 카드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연준의 부양책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과 일치했다. 연준은 이미 두 차례 양적완화(QE)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 연준으로서 더 이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통해 장기 금리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즉 인플레이션 압력과 양적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통화량 변동 없이 경기를 부양할 방안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뿐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경기회복을 위한 가장 공격적인 부양책이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크로너스 퓨처스 매니지먼트의 케빈 페리 사장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변경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조치 중 가장 최선책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총 2조8500억달러 규모의 국채 포트폴리오 중 4000억달러를 조정하는 것이 경기부양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통화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기 금리만 낮추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약발이 먹힌다면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대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이미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마저 낮기 때문에 장기 금리 인하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이나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불확실한 경제상황 때문에 투자나 소비 의사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기업들은 금리에 상관없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실업률을 고려하면 초저금리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피어포인트 시큐리티의 스티븐 스탠리는 “연준은 경기부양책을 연거푸 내놓았지만 미국 경제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거의 없었다”면서 “지난달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경제성장은 둔화됐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결단이 자금조달비용을 낮춰 경기를 부양하기보다 오히려 유동성 확대로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란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무엇을 하든지 간에 너무 많은 유동성이 시장에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연준이 발표한 성명에 대해 리처드 피셔, 나라야난 코처라코타, 찰스 플로서 등 3명의 이사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대책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던 벤 버냉키 의장이 연준 내부의 반발 기류에 막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