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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酒님 어디가 끝입니까...中 술값 술주식값 폭등
“술을 살까요, 술 주식을 살까요.”

최근 중국 전통 증류주인 바이주(白酒)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투자자는 실물을 구입할 것인가, 금융자산을 구입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중소업체의 줄도산 소식 속에서도 중국 술업체의 주가는 발그레한 붉은 빛을 띄고 있다. 상반기 실적도 상장사 가운데 최고다.

전통 명절이나 행사 때 술을 선물하고 대접하는 중국인의 습관 때문에 중추절과 국경절 등이 있는 9~10월은 주류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는 중추절이 다가오기도 전해 바이주 가격이 꿈틀대면서 비수기(여름)도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기가 나빠지면 저렴한 소주가 잘 팔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고급 바이주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신분 과시용 소비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둔 투자목적의 소비 증가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겨냥한 주류업체의 마케팅도 주효하면서 중국의 술값은 높아만 가고 있다.



▶명품 전략=지난 연말 바이주가 1000위안(약 17만원)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중국경제주간의 보도가 있은 지 1년이 채 안된 지금 바이주는 2000위안(약 34만원)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중국 대표 바이주 마오타이주(茅台酒)나 우량예(五粮液)의 고급 라인은 이미 2000위안을 넘어섰다.

마오타이주는 올초 공장도가를 20%가량 인상했다. 하지만 공장도가격 인상과 상관없이 시장에서 팔리는 소비자가격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0% 올랐다.

53도짜리 페이톈(飛天) 마오타이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700위안(약 12만원) 정도였으나 올초 1600위안(약 27만원)까지 올랐다. 



매달 술을 산다는 직장인 구(顧) 씨는 “지난 5월 1280위안을 주고 페이톈 마오타이주를 샀는데 6월 1380위안, 7월 1480위안, 8월 1580위안으로 계속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 후를 고려해 마오타이주를 계속 사모으고 있다”면서 “현금화가 안되더라도 소장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오타이주와 함께 중국 명주 자리를 다투고 있는 우량예는 그동안 가격은 그대로 두고 공급을 줄이는 전략을 써오다 오는 10일부터 공장도가를 20~30% 인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바이주업체는 주 원료가 되는 곡물가와 인건비 상승 때문이라고 인상 이유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술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며 변명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양조업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품귀전략’을 구사하면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고급 중국 바이주가 신분을 과시할 수 있는 표식으로 여겨지면서 업체는 명품화 전략을 쓰고 있다.

우량예의 한 인사가 “소비자의 과시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격을 인상한다”고 말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지만 근거 없는 변명만은 아니다. 



의류, 가방, 시계, 화장품 등 해외 명품이 대접받는 중국에서 술만은 전통주가 명품 자리를 차지하면서 가격을 높이면 높일수록 인기는 치솟는 모양새다.

▶실적도 주가도 高, 투자처로 각광=상장사의 상반기 사업보고가 얼마전 마무리된 가운데 마오타이주 생산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가 상장사 가운데 순익 1위 상장사에 등극했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상반기 순익이 49억1000만위안(8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31% 급증했다. 주당 순이익은 5.2위안으로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표 명주 자리를 다투고 있는 우량예의 상반기 순익은 33억63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72% 증가했으며, 3위 명주인 루저우라오자오는 14억1000만위안으로 35.20%가 올랐다.

고꾸라지고 있는 다른 주식과 달리 높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이주 관련주 12개의 주가는 6월 21일 이후 평균 26% 상승했다고 양쯔완바오는 전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바이주의 높은 낙찰가는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1995년산 산시(山西)성 명주인 궈창펀주(國藏汾酒) 20병이 3076만위안(약 52억3000만원)에 낙찰됐는데, 이 가운데 개별 최고가는 209만위안(약 3억5500만원)을 기록해 앞서 마오타이가 세운 103만위안의 기록을 경신했다. 1958년산 마오타이의 경매 낙찰가도 지난해 103만위안에서 112만위안으로 오른 뒤 12월에는 145만6000위안(약 2억4752만원)까지 치솟았다.

고급 바이주의 미래도 장밋빛이다. 바이주의 주요 소비층인 25~44세 인구가 2015년 최고조에 이른다는 판단 아래 바이주의 호황기가 최소한 2015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주류 거물은 호시탐탐 중국 바이주 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윈저, 딤플, 조니워커, 기네스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영국의 디아지오는 지난 6월 유명 바이주인 수이징팡(水井坊)을 인수하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수이징팡은 1998년 쓰촨 성 청두 시 인근 수이징제에서 양조장 유적지를 발굴하면서 세상에 나온 술이다. 1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600년 전 사용했던 증류기와 화덕 등 양조기구를 토대로 전통 바이주의 맛을 되살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숨에 명주 반열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코냑 헤네시는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젠난춘(瞼南春) 계열사인 쓰촨 원쥔주(文君酒) 지분 55%를 사들였고, 페르노리카 등도 지방의 바이주 회사에 지분을 투자했다. 중국 명주 업체의 해외 진출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해외 판매 비중이 5%에 불과한 마오타이는 해외 주류업체와의 합작을 모색하는 등 국제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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