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80세에 접어든 그들의 이름은 빌과 페기,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여섯의 순정이었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던 때, 치기어린 감정들에 성장통을 앓았던 때, 사랑이라 표현하기엔 풋내나는 나이였던 때다. 부모님에 의한 불가피한 이별, 페기의 아버지는 당신의 딸이 남자친구를 사귀기에 열여섯은 너무 어린 나이라고 판단했다.
어린 순정은 현실 앞에서 좌절됐다. 시간은 그들을 현재의 삶에 무릎꿇게 했고 각자의 인연을 만나 서로 다른 삶을 꾸려가게 했다. 페기는 1952년 청소년클럽에서 처음 만난 토니와 결혼을 하게 된다. 둘 사이에는 스티븐과 마틴이라고 이름을 지은 두 아들이 태어났고, 이제 장성한 아들들은 페기에게 네 명의 손주를 안겨줬다. 같은 해 6월 빌도 결혼해 두 아이를 가졌고, 페기와 마찬가지로 네 명의 손주를 가진 할아버지가 됐다. 모든 풋내나는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았다.
그렇다고 서로를 지웠던 것은 아니었다. 간절히 소망하진 않았을 지라도 각자의 삶에서 지칠 때 찾는 커다란 나무그늘처럼 그들은 늘 서로를 그렸다.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불과 4년 전이었다. 이미 노년의 길을 걷고 있던 두 사람, 빌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던 2007년 지역신문에는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짤막한 부고기사가 실렸다. 인생은 장난같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됐다.
[사진 출처=데일리메일] |
당시 페기는 결혼한 남편과 이혼하고 남은 생을 혼자 걷고 있었다. 부고기사를 본 페기는 빌과의 만남을 결심한다. 60년만에 다시 온 그들의 만남, 그것은 두 번째 사랑의 기회였다.
페기는 다시 만나게 된 사랑과 떨어져지내던 60년을 돌아봤다. 페기에게 지난 수많은 날들 동안 빌이 함께하지 않던 날은 없었다. 빌 역시 그랬다. 빌은 페기의 사진을 보며 그녀의 현재 삶에 대해 늘 궁금해했다. 지금은 어린날의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진 두 사람이다. 아버지의 반대로 얼굴을 마주하지도 못한 채 짧은 만남을 끝맺던 무력한 연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때에는 한 도시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만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당연히 서로에게서 멀어져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60년을 돌아서야 알게됐다.
혈기왕성했던 날들을 이제 모두 지나갔다. 오랜 시간 옆자리를 지키던 아내는 먼저 떠나보냈고, 늘 성실히 일하던 직장(사우샘프턴 시의회 매니저)에서도 은퇴한 빌, 푸르렀던 모든 날들의 일과를 다 마치고 나니 빌은 마침내 어린 연인을 다시 만나는 기적같은 현실을 만나게 됐다.
빌은 지금의 마음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잊었던 적이 없었어요. 정말 놀랍습니다. 우리는 사랑했었고, 지금 다시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그리고 빌이 페기를 찾아가 60년 만에 다시 만나던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날 페기는 60년 만에 찾아온 나이 든 소년에게 수줍은 듯 ‘일찍 왔네요’라는 첫 인사를 건넸다. 빌은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에요. 내가 60년을 늦었어요.”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