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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 희박…또다른 슬럼프에 빠질수도”
하반기 경제 먹구름

글로벌PMI 반년째 뒷걸음질

美·유럽 신규사업 위축영향

中 소폭 올랐지만 수출부진


대응책이 없다?

인플레 우려에 부양책 난관

중앙은행 개입도 쉽지않아

루비니 “정책수단 소진됐다”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실물경기지표로 경기 회복 여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지표다. PMI가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후퇴할 수 있다는 신호로, 세계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란 기대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셈이다.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한국처럼 각국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 부양책도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제조업지수 2년 만에 최저=JP모건이 취합한 글로벌 제조업 PMI는 8월 50.1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 글로벌 제조업 PMI는 6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JP모건은 미국, 유럽, 중국, 브라질의 신규 사업이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헨슬리는 로이터에 “8월 지수는 전 세계 제조업이 올 하반기를 미약하게 출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는 8월 PMI가 50.6으로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전주보다 줄었지만, 고용 안정 기준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40만명을 3주 연속 웃돌아 고용 부진이 여전한 상황이다.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는 기준치를 밑돌면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관련 지수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는 50을 넘었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는 50을 넘지 못했다.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것은 재정위기로 인한 각국 정부의 긴축 정책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경기지표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 악재로부터 세계 경제가 벗어나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마르키트의 크리스 윌리엄슨도 FT에 “유로권의 PMI는 2009년 10월 이후 시작된 유로존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끝났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당시 유럽이 침체에 허덕였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유로권이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제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제조업 PMI는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세를 보였다. HSBC가 발표한 한국 제조업 PMI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PMI는 49.7을 기록해 7월 51.3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됐다. 8월 한국 제조업 신규 주문은 감소했다. 감소율은 소폭에 그쳤으나 이로써 9개월 연속 지속된 신규 주문 성장세가 마감됐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CFLP)가 1일 발표한 8월 공식 PMI는 50.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해 4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중국의 PMI는 소폭 올랐지만 높은 물가 상승률과 수출 부진은 여전히 문제다. 중국의 8월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48.3으로, 7월 50.4에서 대폭 하락했다. 장리췬(張立群) CFLP 특약분석사는 “제조업 PMI가 8월 소폭 반등하며 경기 둔화 추세가 완화했음을 나타냈다”면서 “그러나 신규 수출주문지수가 대폭 하락하며 수출 증가세의 큰 둔화를 예고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생산물가는 7월 56.3에서 57.2로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일본의 경우도 8월 PMI가 전달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가 원인이었다. 일본의 8월 제조업 PMI는 51.9를 기록해 전달의 52.9에서 감소했다. 이는 2개월 만에 하락 반전한 것이다.

▶대응책 간단치 않아=제조업이 전 세계적으로 부진한 신호를 보내면서 중앙은행이 또다시 부양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ING그룹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유럽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신규 제조업 지표들은 세계 경제가 또 다른 슬럼프에 빠질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중앙은행을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중앙은행이 진정으로 또다시 개입하길 원하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대응책은 간단치 않다. 부양책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를 감안하면 중앙은행의 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한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악화됐다”며 “아시아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에 걸려 긴축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 가운데 대표적 비관론자인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블룸버그TV 회견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로권과 영국도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 도달했다”면서 “내년의 더블딥 가능성을 60%로 본다”고 밝혔다. 루비니는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소진됐다”고 경고했다.

권도경ㆍ천예선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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