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의 트리폴리 함락으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의 해외 은닉 재산이 내전으로 황폐화된 나라를 재건하는 밑천으로 쓰일 전망이다.
해외에 동결된 카다피와 그 가족, 측근들의 은닉 자산은 미국(300억 달러)과 영국(200억 달러)만 합해도 50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 숨겨진 자산을 더하면 천문학적인 규모다.
스위스에 동결된 자산은 총 6억5000만 스위스프랑(약 8500억원)에 달하고, 독일에는 73억 유로(11조4000억원)이 묶여 있다. 또 리비아가 과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이탈리아의 금융 및 에너지, 스포츠 산업 등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 규모도 36억 유로(약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서방 각국은 카다피 축출이 임박하자 동결한 자금을 관련국 및 리비아 반 정부군 대표세력인 국가과도위원회(NTC) 등과 협의를 거쳐 리비아 재건 활동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사용한다는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지난 23일 “미국이 동결한 리비아 자산 가운데 10억 달러에서 최대 15억달러를 금주중 해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며 “이 자산이 국가과도위원회에 귀속, 신정부 수립을 위한 제반 경비와 인도적 사업에 사용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 최고 대표도 “미국이 동의할 경우 EU는 동결한 리비아 자산들을 즉각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도 같은 날 국가 재건을 위해 동결된 리비아 자산을 신속히 해제해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촉구했다. 스위스 정부도 유엔의 제재 조치가 풀리는 대로 자국 내에 동결된 카다피 등의 자산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자이르(콩고민주공화국 전신)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와 아이티의 전 독재자 장-클로드 뒤발리에 등의 자산은 법률적 절차 미비로 인해 동결을 푸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카다피의 경우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게 스위스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반군 지도부에 동결 자금을 돌려줬거나 국제 기구를 통해 지급한 국가도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지난 1일 동결 자금 가운데 2억5900만 달러(약 2800억원)을 TNC에 지급해 식품, 의약품 구입에 사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15일 동결 자금 가운데 1억 유로(약 1500억원)를 리비아 국민을 위한 의약품 구매에 사용하도록 세계보건기구(WHO)에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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