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美더블딥 우려
유럽 변동성지수도 껑충
안전판 사라진 시장
5일 美고용지표 결과따라
추가 폭락 가능성도
“현 상황 새로울 것 없다”
일각선 지금 투자적기 주장
우려가 공포로 변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공포와 유럽의 채무위기 확산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4~5%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으며, 유럽 증시도 3%를 웃도는 하락률을 나타냈다.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특별한 악재 없이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확산되는 공포감=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공포지수는 급등했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공포지수(VIX)는 35%나 급등하며 31.6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폭은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2월 이후 최고다. CNN머니는 VIX가 올 들어 77%가량 상승했다면서 30은 ‘공포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럽 공포지수인 유럽 증시 변동성지수(VSTOXX)도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날 VSTOXX는 전날 대비 17% 급등한 34.6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16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전문가들도 현 상황을 ‘공포’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 최대 머니 매니저인 블랙록의 밥 돌 수석증시전략가는 “시장에 ‘토털 공포(total fear)’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스터트랜드 이퀴티의 VIX 옵션트레이더인 루크 라바리는 “현재 시장은 공포 그 자체”라며 유럽 은행의 부실, 유로 채무위기, 미국 경기 하강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비롯된 위기감이 시장에 암울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위기국가에 대한 채권 매입을 다시 시작하는 등 시장 진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는 향후 유럽의 경기전망이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돼 시장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부채상한조정 협상이 성공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넘겼지만 예상과 달리 향후 재정지출 감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비관적인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파커 스트래지스트는 “이미 많은 부양 조치를 취했지만 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다”면서 향후에도 경제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경영인협회(Young Presidents’ Organization)도 1000명 이상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국 경제가 침체 또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4일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경기 회복에 대한 답을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가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스티븐 홀든 트레이더는 “금일(4일)의 낙폭은 ‘추락’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단지 작은 조정일 뿐”이라면서 “주가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UBS의 마이크 라이언 스트래지스트는 “현재 시장 분위기는 매우 암울하다”면서 “5일 발표되는 고용지표에 따라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악재 없다… 지금이 투자 적기?=그러나 공포감에 휩싸인 시장에 지금 뛰어들라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악재가 터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재정위기나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 필요성에 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장에 공포감을 안겨줄 만한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 알투처는 마켓워치 기고문을 통해 주가가 폭락한 현 상황에서 주식을 살 것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마무리된 데다 기업의 75%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가계부채 부담 역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
▶믿을 곳 없는 시장, 추가 하락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