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QE2때와 상황 흡사
‘어게인 2010 잭슨홀 콘퍼런스.’
미국 증시가 미국 더블딥 전망과 유럽발 재정위기 도미노로 패닉 상황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8월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이맘때도 미국 증시는 더블딥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8월 초에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비관론이 쏟아졌었다.
지난해에도 8월 초에 나온 2분기 성장률(잠정치)이 애초 예상보다 낮은 2.4%, 1분기 성장률 수정치가 3.7%로 나오면서 지난해 봄의 경기 회복 기대감은 꺼지고 더블딥 우려가 표면화됐다.
여기에 소비, 주택 시장, 고용, 생산 둔화를 알리는 지표가 쏟아지면서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부양책(QE2)을 요구하는 기대 섞인 전망 보고서와 연준 인사들의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올해도 지난 5일 나온 2분기 성장률(잠정치)이 예상보다 낮은 1.3%, 1분기 성장률 수정치가 애초 잠정치 1.9%보다 크게 떨어진 0.4%로 나오고, 이번주 초 생산과 소비지수가 크게 둔화된 데 이어 12일 고용지표도 기대 이하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시는 힘을 잃고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월가에서는 오는 9일에서 시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26일 열리는 연준 연간 총회인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지난해와 같이 추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지난해 8월 9일 열린 FOMC의 이틀간 회의를 마치고 10일 연준은 FOMC 회의 성명에서 미국 경제가 둔화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어 잭슨홀 콘퍼런스 이틀째인 27일 벤 버냉키 의장은 연설에서 “필요하다면 비전통적인 추가 부양책도 가능하다”고 밝혀 QE2 단행을 사실상 공식 천명했다. 이어 연준은 11월에 6000억달러의 QE2 프로그램을 시작했었다.
이미 JP모건, 바클레이스 등은 보고서를 통해 다음주 열리는 FOMC에서 미국 경제의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어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추가 부양책을 시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QE3로 가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난해 QE2를 단행하면서 야당인 공화당이 연준을 국유화하겠다고 크게 반발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에 버냉키 의장과 연준이 QE3를 단행하려면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브라질, 프랑스 등이 쏟아낸 미국의 무책임한 달러 찍어내기에 대한 비난, 달러 기축통화 대안 체제 논의 주장 등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차원에서 최근의 미국 증시 폭락은 QE3 비난을 완화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란 묘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QE2로 유동성 랠리 혜택을 입은 월가에서 최근 며칠 동안 버냉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폭락장세를 연출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QE3 단행에 여건 마련은 된 셈이기 때문이다.
4일 미국 스태니시멜론자산운용사의 글로벌 전략가인 톰 히긴스가 블룸버그통신에 폭락장세와 관련해 “이 시점에서 연준에는 QE3를 위한 장애물(허들)이 낮아졌다”고 논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