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 우려가 심화하는 가운데 고가의 사치품 시장만큼은 반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받은데다 주식시장도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회복하면서 심리적으로 만족을 느낀 부유층이 돈을 펑펑 쓰기 시작한 것이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요즘 금속장식이 달린 샤넬브랜드의 트위드 코트를 9010달러에 판매하고 있으나 물량이 부족해 대기고객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있다. 니먼 마커스 백화점 역시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크리스찬 루브탱의 비앙카 구두를 한 켤레에 775달러 가격표를 붙여 내놓았지만 모든 사이즈가 다 팔려 나갔다. 독일의 고급차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이 7월 실적으로는 최근 5년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가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가격을 할인하기보다는 오히려 올리고 있으며 가격표에 따라 제품 품질도 함께 올라간다고 믿는 소비자들은 앞다퉈 고가 제품들을 쇼핑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커트 새먼의 소매판매전략가인 아널드 앤더슨 이사는 “고급 디자이너 구두 가격을 800달러에서 860달러로 올린들 누가 신경이나 쓰겠느냐”고 말했다.
부유층의 소비수준은 경기침체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터카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가구나 전자제품 등의 전반적인 소비는 아직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사치품 항목은 전년동기대비 10개월 연속 판매증가를 기록했다. 7월에만 11.6% 늘어 최근 1년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유통업체와 애널리스트들은 이처럼 고가 상품 판매 증가의 원인을 주로 주식시장에서 찾고 있다. 지난주 주가가 많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09년3월과 비교할 때 80%나 오른 상태다. 전반적인 경기는 아직 바닥세지만 여유있는 계층의 소비추세는 활발해진 것이다.
니먼 마커스 백화점 그룹의 캐런 카츠 대표는 “우리 백화점은 주식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면서 “여러 경제지표들이 나올 때마다 한번씩 주춤하기도 했지만 주식시장 추세는 그래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31세의 여성 기업인 캐롤라인 림퍼트는 경기침체 이후에는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제품들은 잘 사지 않으려 한다면서 “쓸 돈이 있더라도 이를 남에게 보여주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요즘도 클래식한 분위기의 제품들은 남들보다 먼저 구입하고 있다. “매진될 상품이라고 생각되면 남보다 먼저 사버린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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